에필로그 생략.
기타 등등의 인물 배경 다 생략.
왜냐면 이것은 3부작 이내의 단편이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남자 주인공 A군은 현재 20대 중반이며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습니다.
대한민국 공식 평균신장에 비해선 크지만, 또래에서 평균분포도의 가운데 즈음입니다.
이것이 로맨스 소설이라, 그의 로맨스 약력을 소개하자면 첫연애는 17세,
그 후로 지금까지 연애했던 날이 연애 하지 않았던 날보다 더 많은 A군.
물론 중간에 상대방은 몇번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바람둥이도 사실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는 소심했고, 바람피면 언젠간 똑같이 돌려 받을거라는 믿음이 있기때문에)
지방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A군은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생긴
살짝의 외로움, 군대 복학 후 장학금을 타야한다는 굳은 각오로 보낸 1학기도 2주가
남았습니다.
그의 각오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군입대전 센스있는 스타일의 A군은
(그 시절엔 엣지 있다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학과 내에서도 좋은 평판이 있었고,
오히려 그 때문에 꾸민다는 것에, 유행에 민감했습니다.
그런 A군이 복학 기념으로 산것은 헤어왁스를 바를시간 조차 아끼기 위한 모자 3종세트.
원래 한달에 한통씩 왁스를 쓰던 A군이 이번학기가 끝나가는 무렵까지 반통의 왁스도
사용하지 않았다는것이 그의 장학금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줍니다. A군 자랑은 이제 그만.
이야기의 무대는 강의실,
월요일 전공수업. A군은 열심히 공부하였으나 중간고사를 B로 겨우 막아낸 까닭에 기말고사
3주전 지금 그는 초췌합니다. 그가 듣는 수업은 전공 수업,
전공수업이라 학생수는 꽤 있지만 강의실이 300명 크기라 자리 다툼은 앞쪽만이
치열합니다.
그의 자리는 좌에서 6, 뒤로 10칸 강의실의 정중앙에서 조금 뒤. 인기없는 자리.
그런 자리에 앉아야 하는 그의 소심한 이야기가 지금 시작.
............
드디어 월요일 아침.
정말 이번학기에는 공부에만 전념하며 지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애 나한테 관심이 있는걸까. 아닌가? 정말 신경 안쓸래야 안쓸수가 없네...
덕분에 오늘 아침엔 학교가기전에 씻고 준비하는데 무려 한시간이나 걸렸고,
아침 먹을 시간이 부족해 아침에 먹으려고 전날 사놓은 반찬들을 정성스럽게
랩으로 싸놓고 나왔다.
학교까지 오는 동안에도 가게의 유리창이나 주차된 차의 창문에 옷이며 머리며 비춰보느라
등교시간도 평소보다 길어지고, 갑작이 이렇게 꾸미려다 보니 욕심이 부려졌는지
이래저래 마음에 안든다. 엣지가 없어 엣지가..
전공수업은 저녁에 있으니까, 다시한번 집에 다녀올까. 머리만이라도 다시 만지고 싶은데..
아.. 어제 저녁에 야식을 먹는게 아니였어. 얼굴이 부은거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과방에 도착했다.
다들 오전 수업에 들어가서 그런지 과방에는 K선배가 열심히 과제를 베끼고 있었고, 나는
가볍게 인사하고 옆의 쇼파에 앉아 생각한다.
그녀에 대해서..
- 1주일전 월요일 저녁 전공수업.
이번학기엔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정말(정말로) 죽어라 필기를 하고있었다.
일부러 뒤쪽에 자리 잡은 이유는,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자리잡기 위해 기다리
는 시간조차 예습을 하기 위해서 였고 사실 이정도 자리라면 크게 손해 볼것도 없다 싶어서 였다.
한창을 필기를 하다가,
교수님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고 그러니까 잠시 흐림이 끊기는 그때.
내 고개가 2시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틀어져 있던 그때.
(그러니까 나는 오른손 잡이이고 필기를 위해서 몸을 살짝 틀고 왼쪽팔을 책상위에 낫모양으로
걸친 상태에서는 시선이 분명 2시 방향이 자연스럽다.)
고개를 들자 나를 쳐다보고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학기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성과 눈을 맞춰본적이 있었던가.
그녀는 1초 아니 0.5초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정면을 향했다.
뭐지? 뭐지? 뭐지? 뭐지?
"이번 장에서 여러분이 봐야 하는건, 탄소 6개의 대표적 물질 중 사이클로헥산의 입체적 구조와 결합.."
그녀의 눈빛의 구조와 결합..이라..
"보트구조는 좀 특이한.."
그녀는 특이해요.
"결합각은.."
어떻게 되죠 그녀와의 결합각은?
나는 다시 한번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자 그녀의 시선은 열심히 칠판을 향해있었다.
뽀얀피부, 긴 속눈썹, 차분하게 올려져 묶여있는 뒷머리. 얇은 팔 긴 손가락..
'피부가 너무 하얗고 속눈썹이 긴여자는 바람기가 많다던데,
손가락이 긴여자는 마음씨가 좋다 그랬던가'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관상 만화들이 떠올랐다.
왜 날 쳐다보고 있었던 거지?
한학기 내도록 나는 그녀와 마주쳤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여러번 스쳐지나 갔을수도 있고
독서실 옆자리에 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갑작이 그날 그녀를 처음본것 같은 감정에 나는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