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술취한 모습 안 보이더니
그날따라 흥건히 취한 얼굴로 비실비실 웃으며
왼손이 참 이쁘다 했다.
얼굴보다 낫지 뭐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 손 잡고 다니는 사람
이 손이 해주는 밥 먹을 사람
이 손이 매주는 넥타이 할 사람
정말 좋겠다 했다.
손을 떡주무르듯 하며.
내가 아프다 했다. 그 손을 뿌리 쳤다.
그래 그게 이별의 예고였다.
술독에서 수영하다 나와도
끄떡 없을 것만 같았던 그 바보가
얼마나 마셨길래 그렇게 취했는지
잘 웃지도 크게 웃지도 않던 그애가
왜 그렇게 많은 웃음으로 보였는지
왜 내손을 잡고 놓지 않으려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도저히 울어버릴 용기가 없어 대신 더 많이 웃었다.
도저히 손 놓을 자신없어 내가 뿌리치게 했었다.
더 이상 곁에 있을 수 없어 자신을 얘기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떠났다.
실컷 울게나 해줄걸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는데 손이라도 더 잡으라 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