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늘 마음이 우울하다.
왠지 모를 그리움과 슬픔이 밀려들어 견딜 수 없는 마음 아픔을 느끼게 한다.
우울한 회색 빛 하늘...그 곳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내는 구슬픈 소리..
무섭도록 내리치는 번개와 천둥소리...
이 모두가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왜..비오는 날이면 이렇듯 가슴이 저려오는 걸까?
라디오 프로의 한 DJ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었다.
사람들이 죽으면.....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감정들이..그대로 남겨지게 된다고...
깊게 내려앉은 슬픔... 미처 떨쳐내지 못했던 그리움....아무도 봐주지 않는 외로움..이 고스란히 하늘로 올라가게 되는 거라고....
그러한 그리움의 감정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비가 되어 내리는 거라고...
때문에 비오는 날이면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고, 왠지 모를 슬픔에 마음이 어둡게 가라않는 거란다...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은 전생에 그런 그리움들을 남긴 채 떠나간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알 수 없는 전생의 슬픔으로 인하여 한없이 우울한 것이라고 했다..
비에 얽힌 이 얘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공감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구나..그럴 수 있겠구나.'
유독 비오는 날이면 가슴이 아파 오는 나.
헤어날길 없는 침체된 기분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나.
어쩌면 난, 전생에 아주 많은 그리움과 슬픔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죽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전생에 미처 다 표출시키지 못해 하늘로 올라간 슬픔들이, 현세에선 이렇듯 구슬픈 비가 되어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필시, 슬픔을 가슴에 품고 생을 마감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아주 싫은 비이지만, 무턱대고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하늘도 그 많은 슬픔들을 감당하기에 버거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생을 번갈아 오면서,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안고 살아야했던, 그리움과 슬픔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하늘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그 슬픔의 무게를 쏟아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 에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그리움과 슬픔들은 또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움 방울들이 떨어져 내린다...
숱한 윤회의 굴레를 돌아가면서, 오늘의 하늘은 슬픔을 방울방울 토해내고 있다.
비오는 날의 하늘이 회색 빛을 띠고 있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빗소리가 구슬프게 들리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의 슬픔으로 인해 너무나 힘에 겨워하는 하늘이.... 차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토해내는 몸짓과 울부짖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비가 올 때마다 나는 하늘과 아픔을 같이 해야겠다.
고된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빗물로 흘려보내는 하늘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해하면서 같이 나누어야 하겠지...
그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저리고 괴롭더라도...어쩔 수 없지.
그건 내가 마음 먹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그리움은 아니니까..
비가 오면 자연히 찾아드는 감정을.. 내가 맘먹는다고 어찌해볼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
내가 맘먹어서 없어지는 감정은.. 결코 아니니까....
떨쳐 버릴 수 없다면...함께 아픔을 나눌 수밖에..
비를 보면 가슴이 저리는 나는 ..하늘에게 짐을 떠맡긴..전생의 사람중의 하나이다.
슬픔을 품고 죽었던 ..그래서 하늘을 힘들게 했던 사람중의 하나였으니...
비가 오면 ...함께 아픔을 같이 하리라...
내가 지은 전생의 업을 현세에 내리는 이 비와 함께 씻어내야 하리..
모든 울분을 토해낼때까지 나는 하늘, 너와 함께 이 아픔을 나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