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것만 같은 시간의 굴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허덕이는 인간이 있다.
"이건..아닌데..이건..아닌데.."
숨구멍까지 막아 놓을것처럼 메아리치는 내 속의 언어들이 꽉 막힌 시간의 벽안에서 부딪쳐 울고 있다. 늘 내 뜻과는 다르게 어긋나 버리고 마는 생활의 반복을 거쳐오면서도,
'오늘은 웃을 수 있겠지...'
실날 같은 기대를 놓지 않고 있었다.
불현 듯, 무너져 내리는 기대로 한숨 짓는 순간이 다가올때면 절망감으로 앞이 막혀있는 시간의 벽을 치며 소리쳐댔다.
'이놈의 세상! 이, 몹쓸 세상!! 내 뜻과 어긋나기만 하는 악마같은 세상!!' 이라고.
시간은 놀리듯 유유히 잘도 흘러가건만 난, 그 흐르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해서 스스로 굴레를 씌우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대열에 발을 들여놓고야 말았다.
지나가면 잊혀지고 말 기억들이고 말걸... 왜 그리도 흘려 보내지 못하고 맘 깊이 가둬 두려고만 했던가... 그런다해서 완전한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남겨두면 내 것이 될 거라 생각했었던가? 지나온 시간속 모든 기억은 내 안에 남아 있으니 전부 내 소유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단 말인가?
돌아보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어차피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일 뿐임을..지나가면 버려지는 단편의 기억일지도 모를 과거일 뿐인데.
현재를 살아가는 게 그리도 힘겨웠던 것인지..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현실에 발 맞춰 살아가는 건 가슴 안에 황무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느끼지 못하는 가슴은 차라리 없는게 나을 듯 싶었다.
내 삶의 무게는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삶의 무게를 잊고자 시간에 의지하려 했다.
흐르는 시간은 내 삶의 무게를 조금은 가벼이 해줄 거라 기대하면서...
홀로 위로하며 숱하게 발버둥을 쳐봤지만, 소소한 기억들조차 흘려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은 시간의 굴레속에 갇혀 힘겨운 숨을 내뿜고 있다. 숨통을 조여오는 기억들로 호흡할 수 없는 꿈을 집어 삼키길 되풀이하면서 급기야는 헤어날길 없는 혼돈의 시간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혼돈...난 그것을 혼돈이라 부른다. 내 삶의 무게는 바로 혼돈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어느 것도 확정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고,정의 내릴 수 없게 되버린 이유이기도 한 혼돈.
아직 인생을 덜 살아서 그럴까.. 시간의 강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임을 알면서도, 버려야할 기억들일지도 모를 시간의 찌꺼기들을 내 안에 가둬두려 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세상을 덜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잊어도 되는..흘려보내도 되는... 버려도 되는... 훌훌 털어버려도 되는... 것인지도 구별할수 없는데..
그러고 보면 난 아주 깊은 혼돈 속에 빠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가는 건 아직 혼돈을 잠재울 수 있는 꿈이 맘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붙잡아둔 시간들속에서 용케도 붙어 있었던 나의 꿈.. 참으로 끈질기게도 내 의지를 붙들고 있었다.
시간의 굴레에 갇혀서도 꿈을 꿀수 있었던 이유.... 끈질긴 생명력으로 내 의지를 붙들고 있었던 나의 희망이었다.
이젠 제 자리로 모두 돌려놓고 싶다. 흘려보낼 건 보내고 남겨 두어야 할건 남기면서...
기억이란 때때로 잊어가고 지워야하는 것임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추억을 쌓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빈자리를 남겨두어야 함을...
나..이제 시간의 굴레 속에서도 꿈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