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씨...
오늘도 난 채 울리기도 전에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버리고 마는 당신의 전화번호를 끊임없이 눌러봅니다..
혹시라도...혹시라도...
벨이 울리기 시작할 거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가지고...
하지만 혹시라는 단어는 늘 역시라는 단어를 뒷받침 하는가봅니다..
역시나...
우리...
참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면서...도..
행복이라는 말과는 늘 거리가 먼 사람들 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이라 믿었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것은 아마도 당신의 배려이였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수정아.. 조금만...조금만 참자...
우리도 한 번쯤은 행복해 봐야 하지 않겠니?...
너 그럴때 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 줄 아니?
나 믿어..나 믿고..우리.. 조금만 참자...잘 될꺼야..나 잘 할꺼야..."
설령 당신이 말하는 그런 행복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난 행복했습니다..
그런 말들이 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당신을 그만 힘들게 해야 겠습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지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늘...
끊임없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했고..
바로 그러한 것들이 당신을 달아나게 만들고 당신을 지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안해요..
이런 말들이 이젠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또 당신이 그토록 내게 듣고 싶지 않은 말이란 걸 알면서도...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오직 이 한 마디 뿐입니다..
"당신이 내게 미안하다고 할 때 마다..난
내가 당신에게 뭔가를 또 잘 못했다는 느낌에 참을 수가 없어..
내게 미안해 하지마..."
내게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그러니까 힘들어하지 말아요...
그저 현실의 죄겠죠..
우리 앞의 현실이 죄가 되는 것이겠죠...
그런 현실로 하여금 당신을 더 집착케 했고..힘겹게 한...현실이 죄겠죠...
우리 늘 영원을 약속 할 수는 없었지만..
당신은 내게 있어서 늘 남편과 다름없었고...
난 언제나 당신의 아내였습니다..
잊지못할겁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여..
우리같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합리화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당신을 떠나는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군여...
다음 세상에도 날 다시 만나준다면 고맙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