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는 기분은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거절이라...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절을 당해야 속상해 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웃어넘길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이상하다. 먼저 제의를 해 놓고서는 발뺌을 하는 경우는 무엇인지...
난 그저 그 제의를 구체화시킨 것밖에는 없는데.. 말이다.
의도하지 않은 일로 결국 거절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만 하니.... 묘한 세상이다.
처음부터 기대를 갖게 하지나 말지... 씁쓸한 웃음만 흘러나온다.
한발 다가서려 하면 한발 멀어지는 사람들.. 그들에게 다가가기가 이리도 힘이 든다.
거절은 분명 나의 의도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게다. 그 뜻을 알기에 난 또 주저하게 되는 것이리라. 시도해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사람들 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강하게 밀어내는 그들 속에 있는 거?? 남보다 강한 자존심으로 버티어 가는 내겐 불가능하기만 한 일이다. 싫다고 밀어내는 사람의 마음을 내게로 돌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을 지닌 사람의 기분 같은 건 생각도 안 할 것이다. 거절하는 사람들은...
하지만 거절하는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음을 잘 안다.
거절하는 건 그들이 선택한 의지의 산물이니까.
그들은 충분히 거절할 권리가 있다. 선택권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상 받아들일 권리도, 더불어 거절할 수 있는 권리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거절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오로지 거절당하는 사람의 몫일 뿐이니, 거절하는 사람들은 신경 쓸 이유도 책임질 이유도 없는 거겠지.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거절당하는 사람에게 자존심은 상당히 치명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다.
차라리 자존심이라는 게 없는 것이 거절당하는 입장에서는 나을텐데....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은 이 자존심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쉽게 지워버리지 못하는 것도, 무심히 넘겨 버리지 못하는 것도, 침체된 기분으로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는 것도, 모두 자존심 때문인 것을.
의도하지 않은 일로 빈번히 거절당하는 결과를 안게 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쉽게 입을 수 있는 상처들의 근원지는 바로, 꺽이지 않는 자존심인 것을.
비참함이라 했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맘을 지닌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게다.
그렇다. 거부당하는 기분은 바로 비참함과 직결된다. 쓰디쓴 블랙커피의 맛과도 같을 비참함.
난 거절당할 때의 기분을 비참함이라고 명명한다. 내 자존이 힘을 쓰지 못하고 상처입을 수밖에 없는 비참함이라고 명명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는 죄인이듯 맘 졸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돌아오면, 늘 고통스럽다. 거절의 고배를 또다시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받아들여지면 괜찮겠지만, 거부당했을 때의 그 비참함을 수습하는 것은 늘상 어려운 문제로 정착하게 된다. 고질적인 두통거리이다.
난, 그들이 부럽다. 선택의 기로에서 심판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난, 선택을 해야겠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히 선택을 해야겠다.
그들처럼 선택만 하는 삶을 살던가.... 아님 나의 자존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