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커다란 정문을 통과하여
곧바로 비탈진 커다란 아스팔트길의 양옆 기다란 계단으로
한참이고 올라가면 넓디넓은 운동장이 있었다.
약간 붉은듯 노란듯한 운동장 흙의 색은 요즘 모래섞인듯
먼지 펄펄날리는 운동장과는 달랐다.
매끄럽고 넘어져도 긁힐일 없는 그런흙...
운동장 멀리 보이는 정글짐이나 철봉과 그네,,회전그네..
어렴풋한 기억에 체육시간에 친구와 둘이 수도물이 안나왔는지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친구와 같이 집까지가서 물을 길어오던 생각이 난다.
가을이면 학교건물 양쪽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던 은행나무밑에 무수히
떨어져있는 은행잎을 주우려고 많은 아이들이 쉬는시간이면 너도 나도
나와서 은행잎을 주워서는 누가 제일 예쁜지 비교해 보곤 했었다.
책갈피에 차곡차곡 예쁘게 말리려 조금이라도 접힐새라 넣어놓았다간
다시펴보고...
그 은행나무는 얼마나 컷을까...지금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까?
보고싶은 친구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제잘대던 목소리들..눈이 부리부리 하시던 선생님..
우물정자모양의 학교건물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온실이 있었다.
땅속으로 조금 들어가게 지은 지붕의 맑은 유리는 온실 안의 습함으로 온통
뿌연 유리로 덮여있었고, 들어가면 가득했던 국화화분들..
그곳에서 풍기던 꽃내음과 흙내음이 뒤섞여 나던 특별한 향..후덥지근하고
독한 향내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교길의 학교밖 풍경은 지금도 미소가 나온다.
먹거리가 부족한때여서 그랬는지. 리어커위에 커다란 물솥하나를 놓고
사각스폰지에 옷핀을 펴서 여러개 꼽아놓고선 오징어를 삶아 조금만
다리하나에 십원씩 팔았다. 맛있는 초고추장을 먹는 재미로 오징어하나를
핀에 끼워 양껏 초고추장을 찍어서 한번에 먹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하곤
했었다.
지금 그런 장사가 있다면 초등학교 앞은 초고추장 냄새에 인상 찌뿌리고
도망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장사꾼은 고스란히 보아야 할것이다.
굽이굽이 꼬부라진 골목길.. 두사람 지나기도 비좁던 그길..
그길을 지나 집에 오면 엄마가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이제 왔\" 하시는거다.
그 편안함이 얼마나 컷는지 지금은 충분히 느낄수 있다.
요즘 난 가끔 초등2학년인 아이가 태권도 갔다가 돌아올때 쯤에 마중을 나가곤
한다. 외아들로 혼자인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자면 옳은일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어릴때 엄마에게서 느껴보았던 푸근함과 편안함을 주고 싶은
생각에서 이다.
두손 활짝 벌리고 뛰어오는 아이에서 어릴적 엄마가 느꼈을 그 느낌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