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당신
새벽잠을 깨우던
문득 창문을 두드리는 가냘픔
그는 가을을 앞서온 빗줄기였오
사그락거림은 아마도 수줍음이었겠지요.
간밤의 가운데 쯤에서
도란도란 주고받던 옛이야기가
귓가에 머물던 것을
애써 나몰라라 돌아누었더니
그의 심산을 베껴온 솔바람이었던게로군요.
이같이
님이 오던 것은 예나 제나 다름없어서
그리움을 만지기도 전
옷섶 밑에 맴도는 허전함으로
진즉 마음부터 졸여야 했다오.
님의 향기 촉촉하게 묻어있는 줄 알았더면
좀더 일찍 창문을 열어두었으련만
행여 나 없는 새
빈 자리 만들어놓고
미처 삭이지 못한 정한을 씨뿌리려는가
조그맣게 조그맣게 빗줄기를 셈한다오.
-서정 시모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