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족과 군더더기
누군가 뱀을 화폭에 담는데 다 그려놓고서도 왠지 허전했다. 그는 그 허전함
을 달래기 위해 뱀에 다리를 그려 넣었다. 그래서 발 달린 뱀이 화폭에 길게 누
워있게 됐다. 쓸데없는, 불필요한 짓을 지칭할 때 사족(蛇足)이라는 말을 쓰게
된 연유가 이렇다.
글을 쓸 때에도 이러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데 괜스레 이런저런 설명을 붙이다가 사족을 달고 만다. 아버지에 대한 회고에
서 ‘아버지는 참 자상한 분이셨다.’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데도 괜히 허
전하여 ‘평소 꼼꼼한 성격인 아버지는 참 자상한 분이셨다.’ 고 사족을 붙이고
나니 뱀 그림이 아니라 도마뱀 그림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의 자상함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평소 꼼꼼한 성격’임을 붙였지만 ‘꼼
꼼하다’는 단어의 뜻에는 자상함의 전제조건이기에 앞서 ‘깐깐하고 소심하
다’는 허물이 묻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족을 없애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한
가지 기술이다.
중언부언하는 것도 글의 메시지를 애매모호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이를
군더더기라고 한다. 꼭 필요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은 꾸밈말과 사례들을
덧붙이면 읽는 이에게는 오히려 혼란스러울 뿐이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련한 추억의 단면을 연상케 하는 코스모스
가 그렇게 정겨운 줄 몰랐다.’ 문장은 나무랄 데 없이 구성되어 있고 감정표현
도 그럴 듯하다. 그러나 ‘아련한 추억의 단면을 연상케 하는’은 글쓴이만 좋
은 추억을 연상하고 있을 뿐 읽는 이는 속쓰린 추억도 안고 있음을 간과한 착
상이다.
아예 그 같은 군더더기가 없었더라면 읽는 이는 좋은 추억과 연결하여 예쁜
코스모스를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군더더기는 글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나쁘게 하는 주요인이다.
동양화에는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군더더기로 꽉 채우면 감상하는 이의 상
상이 나래를 펼 수 없다. 그 여백에 조각달을 그려 넣든, 구름 한 점을 그려 넣
든, 기러기 떼를 그려 넣든 감상하는 이의 마음이 새겨지도록 하는 넉넉함이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요약 ① 뱁에게는 다리가 없다. ② 중언부언은 글의 애매모호함을 키운다.
③ 읽는 이의 마음을 다을 수 있는 공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