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글의 숨 고르기
읽기 편한 글이 좋은 글이다. 앞에서 좋은 글을 설명하면서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토씨를 잘 선택하라’ 등을 강조한 것도 사실은 읽기 편한 글을 만들라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음악의 생명은 박자다. 아무리 좋은 악기로, 아무리 좋은 목청으로 음악을 연
주하고 노래를 불러도 박자가 맞지 않으면 듣기가 거북하다, 글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박자가 있어 박자가 잘 맞아야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
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자주 멈추어 서서 앞 문장을 다시 더듬어야 뜻을 알 수
있고 문장을 다 읽었는데도 개운치 않은 것은 박자가 맞지 않아서, 즉 숨 고르
기가 잘 되지 않아서이다. 이러한 글을 딱딱하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용모를 더욱 단정히 하라고 했다.’ 문장 구성이나 내용
전달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글인데도 두 손 깍지를 거꾸로 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숨 고르기가 맞지 않아서이다. 끝 부분의 ‘했다’를 ‘말했다’나 ‘훈시했
다’로 하면 숨이 맞아 떨어진다.
음률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가락은 2 3조,
3 4조, 3 3 4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음미하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음절로 글을 꾸며야 숨 고르기와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 말을 보면 주어와 목적어가 되는 명사의 경우 세 음절이 가장 많다.
송아지 강아지 다람쥐 여드름 키다리 귀틀집 서까래 등이다. 또 형용사의 경우
네 음절이 압도적이다. 아름답다 시원찮다 부드럽다 깔끔하다 재빠르다 캄캄
하다 간지럽다 등이다. 그리고 동사의 경우는 두 음절이 두드러지게 많다. 가
다 오다 먹다 죽다 자다 맞다 치다 뛰다 넘다 등이다. 전래의 우리 가락과 무관
치 않은 구조다.
3 3 4조의 박자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위의 예문에서처럼 두
음절로 문장의 끝 부분을 마무리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데 숨이 맞지 않
는 것이다. 그래서 두 음절인 동사를 세 음절이나 네 음절로 늘려 쓰는 편법을
쓴다. 가버리다. 먹어치우다 뒈지다 얻어맞다 넘어가다 등이다.
글을 다 쓴 다음 목소리를 내어 차근차근히 읽어보면서 맞지 않는 숨 고리기를
찾아내 교정하면 딱딱하던 문장도 금세 부드러워진다.
요약 ① 글에도 박자가 있다. ② 2음절의 동사를 4음절로 바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