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주어를 잘 모셔라
문장의 주어(임자말)가 확실해야 뜻이 잘 통한다. 이를 주어 잘 모시기라고
한다. 종이 주인을 잘 모셔야 일신이 편하고 반찬 없는 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우리 말은 다른 나라 말에 비해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수식어가 잘 발달되어 있어 굳이 주어를 명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가 통하
는 탁월함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영어만 해도 명령형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주어가 있어야 뜻이 통
하기 때문에 주어를 결코 생략하지 못한다. 우리 말은 그만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생활과 달리 문자생활에서 주어를 생략하면 글의 완전한 꼴을 이
루지 못할 뿐만아니라 읽는 이가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흔히 ‘진도에서는 날마다 진도아리랑을 부른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진도에서는'이라는 단어 속에 '진도에 사는 사람들'이 함축되어 있다고 여기
고서, 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여겨주리라고 믿고서 하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진도에는 현재 진도출생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 최근에 이사온 사람, 친척을
방문한 사람, 여행삼아 잠시잠간 들른 사람들이 모두어 있다. 따라서 토박이이
건 외래객이건 진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혼동은 문장에 주어(임자말)가 명시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혹시 '진
도에서'가 주어인 명사(이름씨)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장소를 나
타내는 부사일 따름이다. '진도 사람들은'이라고 임자되는 말을 확실하게 해주
거나 '진도에서는 누구나'라고 하여 어설픈 주어라도 표기해주어야 그나마 글
다워진다.
'정부에서는 광복절 특사를 단행했다.' '서울시에서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
진 중이다.' 역시 주어가 없는 문장이다. '정부는...' '서울시는...'이라고 반드
시 명사를 주어로 삼아야 한다. 어느 문장에서도 명사(인친대명사, 동명사 등
포함)가 아니고서는 주어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주어 밑에는 반드시 은(는)이
(가)라는 토씨가 붙어야 한다.
집 주인이 행랑방에 쭈그려앉아 있을 수 없다. 그곳은 종이나 하인들의 자리
이고 주인은 안방의 아랫묵에 의젓하게 앉아 있어야 집안이 소란스럽지 않다.
글에서도 명사로 된 주어가 뒤에 은(는)이(가)를 달고서 제 자리에 의젓하게
있어야 내용이 소란스럽지 않다.
주어 모시기를 똑바로 해야 좋은 글의 관문을 뚫을 수 있다.
요점 ① 명사와 부사의 혼동 ② 주어는 반드시 은(는)이(가)를 수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