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단어의 선택은 보석을 찾듯
좋은 소재를 얻어 멋있는 글을 쓸려 해도 첫 문장부터 입가에서만 맴돌 뿐 언 듯 글로 옮겨지지 않는 게 일반이다.
좋은 글은 첫 문장부터 그럴 듯해야 한다. 전문적인 글쟁이도 첫 문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길을 가면서, 밥을 먹으면서, 심지어 꿈 속에서까지 헤맨다. 그러다 보면 쓰고자 하는 글의 윤곽이 대충 잡힌다.
문제는 알맞은 단어, 아니 꼭 맞는 단어를 찾아내는 일이다. 어느 상황에 맞는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을 적확한 단어라고 한다. 상투적인 표현이나 남이 즐겨 쓰는 단어를 갖다 붙여서는 적확한 단어가 될 수 없다.
‘대단히’라는 단어가 있다. 이를 이용해 ‘내 동생은 대단히 예쁘다’라고 표현하면 뭔가 어색하고 좀 시원치 않다. ‘아주’ ‘꽤’ ‘무척’ ‘상당히’ ‘기막히게’ ‘엄청’ ‘놀랍게’ ‘정말’ ‘더 없이’ 등 많은 수식어를 나열해 놓고 그 가운데서 가장 상황에 맞는 표현을 택하면 된다. 아마도 여기서는 ‘아주’나 ‘꽤’가 제일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우리 아버지께서 사망하셨다’라고 해도 문법이나 어법에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도, 기록할 수도 없다. ‘사망’이란 단어가 적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가셨다’ 또는 ‘운명하셨다’가 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음식의 맛을 표현하면서 ‘담백하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쓰고 있다. 예를 들면 ‘갈치회가 담백하다’ ‘백합 죽 맛이 담백하다’ ‘죽순 무침이 담백하다’ ‘참새구이가 담백하다’ 등 TV 리포터들의 호들갑이 안쓰럽다. 그 리포터는 맛이란 음식마다 다르며 독특하다는 사실은 물론 ‘고소하다’ ‘걸쭉하다’ ‘들척지근하다’ ‘개운하다’ ‘새콤하다’ 등 맛깔스런 우리말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이다.
요즘은 무공해 유기농 식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우리에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기른 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대접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직접 기른 배추’가 아니고 ‘손수 가꾼 배추’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혼 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은 얼음장 밑의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묘사하기 위해 몇날 며칠이나 귀를 기울인 끝에 ‘소살 소살’이란 단어를 찾아냈다고 한다. 적확한 단어를 찾아내는 일은 바닷가에서 예쁜 조약돌을 찾아내는 것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