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남의 글 따오기
남의 글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을 블로그에서는 ‘퍼오기’라고 하는데 독특한
표현이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인용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따오기’라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이 세상에 남의 표현이나 구절을 인용하지 않은 글은 없다. 누
군가 이전에 한번은 썼던 표현이 일반화되어 마치 내 것처럼 쓰일 뿐이다. 마
찬가지로 나만 홀로 쓸 수 있도록 한정된 표현도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글쓰기가 간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의 지문(指紋)이 다르듯이 글의 모양새도 글 쓰는 이에 따라 다 다
르 다. 억지로 붙이자면 제 각각의 문문(文紋)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표절시비
가 나오기도 하며 ‘왜 남의 글을 베꼈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글의 모양새는 사람의 성격과 어휘력과 언어습관에 따라 다르게 나
타난다. 임자말 앞에 독특한 꾸밈말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의 글은 시종 같은
모양이 되풀이 된다. 도치법(주어와 술어의 위치 바꾸기)을 좋아하는 사람의
글에서는 한 개의 글에 도치표현이 몇 번씩 등장한다. 또 특별히 선호하는 단
어나 표현방법이 있기 마련이어서 꼭 한 번쯤 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는 데는 위와 같은 독특한 습관을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
하나 꼭 그러기를 권유할 일은 아니다. 글은 어차피 글쓴이의 개성이 짙게 배
어있을 때 생명력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스크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남의
글을 읽을 때, 또는 고전을 읽을 때 좋은 표현이나 구절이 있으면 그때그때 오
려두거나 메모해 두었다가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것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습관이다.
다만 남의 글을 따올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좋은 표현’이라고 여겨
무작정 끌어다 옮기면 자기의 개성 있는 글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가 있다. 충
분히 소화해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문장을 통째로 따오려면 따옴표(‘
’)를 붙여 인용하는 것이 문장 주인에 대한 예의이며 읽는 이에게도 오히려 편
안함을 준다.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좋은 표현들을 스크랩해 두었다가 인용하는 것은 글 쓰
는 이의 기본자세이지만 남의 문장을 통째로 베껴오는 것은 피해야 할 자세다.
요약 : ① 표절시비 주의해야 ② 스크랩하는 습관 길러야 ③ 남의 글은 인용부호 붙 여야
④ 통째로 베끼는 것은 절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