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墜落)을 위한 날갯짓
순간, 눈을 감았다 뜬 내 결계(結界)의 안쪽에는,
이미 사라진 길의 경계와,
남은 촛불의 흔들리는 외침마져 덮어버린
어둠만이 안개로 스며든다..
찰나(刹那)의 스친 어둠의 품속에서 홀로
돌풍에 휘이는 깃발되어 고개 꺾는
이 내, 소슬함에 떠는 안락함이여...
문득, 들린 고개에 비친 것은
꿈구던 날에 키우던
초록빛 새 한 마리 날아와,
내가 서있는 양립(兩立)의
안락을 비껴 소리지르며 날아가버린다..
한없이 해매던 날의 기약(期約)을 좆아
파랑빛 바다위를 날던 나의 새 한 마리
강철칼날의 소리죽인 바람결에
찢겨 춤추다 재 같은 바다속,
그 찬 바닥에 처 박혀버렸구나.
눈물마저 차갑도다, 새여.....
너의 마지막 웃음소리는 살을 기어올라
나의 귀를 뚫고 가슴을 핥고 가버리는 구나.
니가 뚫고 나간 안락함의 구멍에
어둠이 관용(官用)을 베풀어 들여보내준
달빛하나가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찬 어둠을 통과한 달빛은 그 얼음같은 노랑색이 되어,
내가 지금 너를 보낸 절벽(絶壁)의 끝자락으로
스치듯 떨어지기 시작한다.
새여, 너는 그 재 같은 바다속에서 지켜보겠느냐,
멀리보던 날, 우리가 서있던 절벽(絶壁)의 옥상(屋上),
그 소매자락에서
푸르스름한 달빛에 가린 검 그림자 하나
푸드득, 경쾌한 소리를 눈물과 함께 흩날리며,
땅으로의 비상(飛上)을 시작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