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운다
아버지가 운다.
옆집 순이한테 맞고 코피 흘리며 울때 사내자식이 운다고 혼내던 아버지가 운다
\"아버지이 아버지이 왜 울어. 울지마 응 울지마\"
\"바다가 썩었단다. 바다가 썩었어. 이제 망했다 망했어\"
바다가 썩은게 순이한테 맞는 것보다 더 아프고 슬픈 건가.
밥을 두그릇씩이나 먹는 뚱땡이 순이, 울 대장 원구도 순이 앞에선 쩔쩔매고 도망 다니는데.
내일 학교가면 울 이쁜이 선생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울 선생님은 너무 이쁘다. 울 엄마는 까
맣고 주름도 많은데, 울 선생님은 하얗고 입술도 빨갛고 맨날맨날 이쁜옷만 입고 다닌다. 난
울 형아만큼 크면 울 선생님하고 결혼할거다.
\"선생님 어제 울 아버지가 울었어요\"
\"그럴 땐 `아버지께서 우셨어요' 하는 거야. 근데 왜 우셨지?\"
\"저도 몰라요. 바다가 썩었데요. 글면서 막 우셨어요. 선생님 바다가 썩은게 뚱땡이 순이한
테 맞는것보다 더 아픈건가요?\"
\"그건 말야 선생님 생각엔 맘이 아프신걸꺼야. 순이한테 맞은 건 몸이 아픈거지만, 아버지가
우신 이유는 적조현상 때문에 고기가 죽어서 맘이 아프시기 때문인 것 같구나\"
\"적조현상이 뭐예요. 그게 왜 생기는 거죠. 왜 고기들이 죽는거죠?\"
\"그렇구나. 적조현상 너무 어려운 말이지. 우리 영수 요즘 바다에 나가 봤니? 무슨 색이었
지?\"
무슨 색이었더라. 요즘 아버지는 맨날맨날 바다에 나간다. 옛날에도 고기잡으러 며칠씩 나가
서 집에 안오실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맨날맨날 바다에 빨간흙을 뿌리고 다닌다. 맞다. 빨갛
구나.
\"빨게요. 아버지가 맨날맨날 빨간흙을 뿌리니까 바다가 빨게졌어요.\"
\"바다가 빨갛지. 근데 영수 아버지께서 바다에 빨간흙을 뿌려서 빨간게 아니란다. 그건 플
랑크톤이 너무 많이 생겨서 그런거야. 플랑크톤이 무엇인지는 알지? 바다는 우리들이 버린
쓰레기나 더러운 물이 너무 많아지면 플랑크톤을 많이 만들어내서 물고기들을 죽이기도 하
지. 고기들이 죽으면 어부이신 영수 아버님같은 분들이 물고기를 못잡아 영수한테 맛있는
것도 못 사주시니 맘이 아프시겠지.\"
난 플랑크톤이 무언지 안다. 작은 물고기들의 밥이다. 그 밥이 물고기들을 죽인다니, 무섭다.
점점 더 많아지면 어쩌지. 울 아버지도 아프게 하고, 나도 아프게 하고, 사람들을 다 아프게
하면, 그러면 사람들도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안되는데, 저번에 원구랑 등대앞에서 오줌
멀리가기 시합했는데, 내가 바다에 오줌을 너무 마니 누어서 바다가 화가 났나보다.
아버지는 오늘도 고기를 땅에 묻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순이 아버지랑 같이 술을 마시러 가
셨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땅에 묻었는데, 고기도 하늘나라 가서 울 할아버지랑 목
마타고 놀려나.
바다야 바다야 미안해 미안해. 이제 너한테 오줌도 안싸고 쓰레기도 꼬옥 쓰레기통에 버릴
게. 이제 그만 화 풀어. 너 계속 화내면 울 아버지 고기 다 죽어서 울형아 내년에 뭍으로 상
급학교도 못간데. 그럼 훌륭한 사람도 못된다는데....이제 그만 화 풀으렴 응.
바다야 바다야 미안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