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소년이 나를 선택했을 때, 그의 눈을 본 건 행운이었다.
초롱빛 별을 박아 놓은 희미한 빛의 눈.
티없이 해맑고 숨은 그림자도 있는 그런 눈이었다.
*
소년의 집에 온 나는 어느 작은 선반 위에 올려졌다.
선반에 위에는 아기자기한 액자들이 각각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 안녕 \" 난 액자들에게 인사했다.
*
창문으로 비친 포근한 아침 햇살이 날 눈부시게 했다.
\" 안녕, 잘 잤니? 나의 작은 친구 \"
아침 햇살만큼 포근한 소년의 미소에 나도 같이 미소지어 보였다.
소년은 나와 액자 속의 사진을 번갈아 보다가, 한 가족 사진이 있는 액자를 들어올렸다.
잠시 후... 난 소년의 어깨가 약간씩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포근한 미소 뒤에 숨은 그림자. 잠깐 스치는 소년의 슬픈 미소였다.
소년의 눈은 금새 고인 눈물에 아침 햇살에 빛을 내며 초롱빛을 더욱 빛내고 있었다.
톡 떨어진 눈물 방울이 날 적셨다. 따뜻하다.
*
어느 날, 난 소년의 꿈 속에 들어갔다.
소년이 꿈꾸는 세상...
지금 소년은 한 저택의 정원에서 그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가득 띠운 채.
바람에 전해지는 소년의 눈물.
지금 소년의 모습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소년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난 그저 소년을 바라만 보고 있었고, 소년은 떨리는 감이 없지 않은 가녀린 작은 손으로 희망어린 꿈을 안고 그 희미한 빛의 아니, 이제는 희미하지 않은
정말로 맑은 빛의 초롱별 눈으로 나를 보며 인사한다.
\" 나의 작은 친구야, 고마워 \" 라고...
소년은 입을 열지 않고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
세월이 흘러 소년도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소년의 집에 있다.
그 소년은 힘들 때나 기쁠 때, 항상 나에게 와서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런 그를 보며 난 흐뭇해했다.
청년이 된 그 소년은 새 친구를 사귀었다.
새 친구인 그녀는 그의 곁에 언제나 있으면서 소년을, 아니 이젠 커버린 그를 행복하게 했다.
아니, 둘은 행복했다. 그리고 사랑을 했다.
행복한 둘의 모습...
난 작은 곰인형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이젠 청년이 되었지만) 날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나 역시 그를 친한 친구처럼 여기며 행복을 빌었다.
그의 초롱별 눈. 이제는 희미하지 않은, 맑은 눈을 지닌 소년.
언제나 그에게 행복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