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한점 없는 하늘, 햇살이 창공을 가르는 어느 오후, 매미소리에 묻혀
들리듯 말듯 소녀하나가 커다란 소나무 밑에서 울고 있습니다.
참새가 뜨거운 햇살이 버거운지 나무에 찾아와 살짝 걸터 앉아 한참을
소녀를 바라봅니다.
\"나무야 나무야 저 소녀는 왜 저렇게 울고 있는거니\"
\"나도 몰라. 아까부터 저렇게 울고만 있어. 아마도 내 생각엔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가봐. 나도 여기 한참을 혼자 서있다보면 너무
외로워서 죽을 지경이거든\"
참새는 갸우뚱거리며 무언가 꼴돌이 생각하는 중인가 봅니다.
\"아냐. 아냐.저렇게 서럽게 우는거 보면 아마도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을
꺼야. 나도 엄마한테 야단맞음 정말 싫고 눈물이 나서
펑펑 울거든\"
서로 소녀가 왜 울까 열심히 얘기를 나누는중에 바람이 찾아와 살짝
끼어듭니다. 바람은 원래 한곳에 오래 머무르질 않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나무와새의 얘기 소리를 듣고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너희들 저 소녀가 왜 울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중이구나\"
\"웅 그래그래. 아마도 외로워서 일꺼야\"
나무가 먼저 말했습니다. 그러자 새도 지지 않고
\"아냐아냐 야단맞아서 그래 틀림없어\"
\"그럼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머가 문제지?\"
바람의 이 한마디에 나무와 새는 서로를 쳐다보며
\"우리는 인간의 말을 할줄도 들을수도 없어. 바람이 넌 할줄 아니?\"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내가 그들의 땀을 식혀주고 때론 멋지게
스카프도 날려주기도 하니까. 많은 시인들이 날 찬양하기도 하지.\"
바람은 으쓱하게 말하고 나서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왜 슬프게 울고 있는거니 소녀야, 나에게 말해보렴.\"
바람의 속삭임에도 소녀는 아무대답도 없습니다.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치마자락을 손으로 강하게 부여잡고 있을 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무와 새가 깔깔 거리고 웃음며
\"하하하 ~~~머라고...인간들이 널 좋아할지는 모르겠는데...너도 우리와
다를게 없어. 하하하.\"
바람은 자존심이 상해 금방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그때 나무 열매를 열심히 줍고 있던 다람쥐 한마리가 다가와
울고 있는 소녀와 웃고있는 나무와 새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너희들은 머가 그렇게 재미있니..저 소녀는 저렇게 슬프게 울고 있는데..\"
핀잔을 주는 다람쥐에게 나무와 새는 또 묻습니다.
\"너는 저 소녀가 왜 저렇게 울고 있다고 생각하니?\"
\"몰라. 소녀가 왜 우는지 나는 알수가 없어. 그리고 나는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말을 할줄도 들을수도 없기에 저 소녀에게 물을수도 없어.
하지만 저 소녀를 웃게 만들수는 있어.\"
다람쥐의 말에 나무와 새는 또한번의 비웃음을 보냈습니다.
\"하 인간의 말도 못하는게 웃게 만들수 있다고 하하하 정말 웃기는구나.\"
\"그러게 말야. 하하하 어디한번 할수 있슴 해보렴.\"
다람쥐는 나무와 새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소녀는 이들의 대화도 모른채 솔방울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녀의 울음은 그칠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람쥐는 소녀앞에 가 재주를 부렸습니다. 소녀가 보든 보지않든 열심히
땅바닦을 구르고 물구나무도 서고 도토리를 먹는 시늉도 내보고
\"하 그만해 그정도로 소녀가 울음을 그치고 웃겠니 너무 유치하다.\"
나무와 새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재주를 부리는 다람쥐를 놀려댔습니다
그때 순간 소녀가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들고 재주를 부리는
다람쥐를 바라보더니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다람쥐는 더 힘을 내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소녀를 응시하며
온갖 귀여운 몸짓을 해 보입니다.
이제 울지 않습니다. 발그레한 볼 소녀는 이제 웃음을 그칠줄 모릅니다
멀리서 소녀의 웃음소리를 들은 바람이 갸우뚱 거립니다.
소녀는 미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