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람들은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산다.
내가 있는 곳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고민을 들으면서,
과거의 나를 보기도 하고 미래의 나를 미리 만나기도 한다.
사실 요즘은 딱히 부딪힐 일이 없어서 잔고민이 급감했다.
뭘먹을까? 뭐 입고 나가지? 언제 일어날까? 하는 선택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잠이 늘었다. 몸이 좀 늘어지기도 하고.
봄이라 춘곤증인가도 싶고, 급한 일이 끝나 힘이 빠졌나도 싶다가
오늘은 잔고민이 없어서 좀 심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고민은 고명처럼 하루하루를 맛깔나게 해주는 것도 같다.
그러니까, 요즘으로 말하면 학교가서 수업안하고 돌아오는 기분?
몸은 편하고 맘도 편한데 뭔가 이상하고 심심한 기분이다.
편안함은 낯설지만, 영원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오아시스쯤이 아닌가 싶다.
나는 오아시스에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다시 또 사막으로 들어가야 겠지만,
이전보다는 사막이 덜 두려운 것 같다.
해가 쨍쨍하고 길이 끝없으면 나는 또 불평을 할것이고
욕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절망감에 죽고싶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여정이 조금은 익숙해졌나 보다.
사막이 있다가도 오아시스가 나오고,
오아시스는 편하지만 좀 심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