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춥다.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만원 지하철에 막대기 처럼 꼿혀서 아침이 시작된 어제 이후로부터
어쩌다 보니 지금 순간까지 나는 잠을 몇 시간 못잤다.
너무 못자다 보니 잘 시간이 생겨나도 잠이 안온다.
갑자기, 나 이러다 죽나 하고 겁이 덜컥 났다.
나는 고통을 포착하는 신경 쪽이 약간 무디다.
그래서 잠을 못자도, 잠을 못자서 몸이 힘들지는 않다.
그래서 난 진짜 체력하나는 빠지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그게 아니라 신경 쪽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챘다.
물론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해보지는 않았다.
암튼 그래서 전세계 노인들의 꿈이라는 고통없는 죽음이 실현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 것이다.
예전에 한참, 과로로 쓰러지는 과장님 부장님들이 신문에 났던 기억이 난다.
오만가지 생각이 드니까 잠이 더 안온다.
자야지, 자야지, 하니까 잠이 더더 더 안온다.
밤에 이렇게 깨어 있으면 서럽다. 세상에 나만 살아 있는 것 같다.
또 괜히 서러운 기억들도 더 떠오른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실제보다 약간 내 위주로 편집이 되어 떠오른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 왜그랬느냐고 팔걷어 붙이고 삿대질이라도 시원하게 한방 쏘고 싶다가
문득 정말 내가 피해자 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더 생각 하면 그 사람의 무죄가 밝혀질까봐 나는 또 비겁하게 생각을 접는다.
다시 묻어 두고 가끔 이렇게 잠안오는 날 밤 둥둥 떠다니게 그냥 두었다.
이 억울함은 나의 소행이었다.
그 일은 이제부터 내 소관이라, 내가 다듬고 다듬어 원망이 아닌 다른 모양새로도
만들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원망은 지루한 순간에 내가 즐겨 사용하는 놀잇감인지도 모르겠다.
곧 있으면 아침이 될 생각을 하니까 한숨만 난다.
일단 아침이 되면 출근길을 거슬러 퇴근을 하고, 잠을 몇 숨 늘어지게 잔 후에
내 시간때우기 모양새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