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엄청나게 ‘운동치’다. 아니 '엄청나게' 까지는 아닌데.
사실 단체종목을 싫어하다 못해 두려워 할 정도로 싫어한다.
변명하자면 일종에 트라우마 같은 건데,초등학교 때 축구가 좋아서 매일 축구만 해대던 때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인지
그때부터 쭈~~~~~~~~욱 축구, 농구, 족구, 배구 기타 등등 종목들은 보는 건 좋아하는데
하는 건 굉장히 싫어한다.
가끔 억지로 하게 되었을 때, 그 순간만큼은 몸이 경직되어서 멍~~~~~하니 서있기만 하고 끝나버린다.
군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뭐, 군대에서는 나름 엄청나게 뛰어다니기만(?) 했지만..
선임들이 " 너 정말 못 하더라 " 할 때 마다 정말이지 더욱더 못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때마다 선임들이 " 너는 잘하는 운동이 뭐야?" 라고 물어보면 '배드민턴' 이라고 했다.
군대에서 배드민턴 치는 건 한 번도 못 봤으니 적당히 둘러댄 것도 있지만
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어릴 때 장례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배드민턴 선수라고 적을 정도로 배드민턴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게다가 고등학교 3년 내내 배드민턴부에서 활동을 한 것도 그렇다.
최근에는 배드민턴을 쳐 본적이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갑자기 오늘 오랜만에 이 추운 날씨에 족구 경기장 안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왔더니 추워 죽겠다.
그러니깐 나는 분명 시작하기 전에 "저는 진짜 못 해서. 피해를 줄 것 같으니깐 그냥 심판이나 볼게요."
라고 했음에도 억지로 끼워 넣고 시작 하고 나서 몇 분이 지나면 다들 그 패배의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 책임이 꼭 나에게만 있다고 하는 게 억울하긴 하다. 이기면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면서 말이지...
이런 일 당하면 요즘에는 별로 화가 안날 거 같았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 추위에서 덜덜 떨면서 욕을 먹어야 했나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아무튼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하기 싫은걸 억지로 시켜놓고 못한다고 나무라지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되는 날이었다.
이제 못 읽었던 책이나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