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해를 보겠다고 전에없던 유난을 떨며 폭설과 한파 예보를 무릅쓰고 친구와 나는 서해 바다를 기어코 왔다.
새해맞이가 목적이었기보다는 바다에 오고 싶었는데 새해면 의미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미리 숙소를 예약했을까? 나는 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2010년을 보내면서 나는 너무 남의 책임분량까지 짊어지려한다는 반성중이었기 때문에
숙소담당이던 친구에게 전적으로 위임을 했다.
또,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해가 갈수록 모험을 싫어하는 나를 보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 싫기도 했다. 그래! 모험을 하자!
아, 모험이 시작되었다. 친구는 숙소를 잡을 생각을 못했다고 하고, 역시나 가는곳마다 빈방은 없었고 기대했던 찜질방은 저 멀리 있었다.
어찌해야할까 고민하던 우리는 치맥을 한판 걸치고 그 멀다는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5분거리라고 알려주셨는데 아마 우리가 걸어간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신거다. 차로 5분이겠다.. 가는길에 마을이 두개나 지나서야 뭉게뭉게 연기나는 건물을 만났다.
아! 하고 보니 화력발전소다. 찜질방인줄 알았는데..
또 걷고 걸었다. 가로등이 하나둘씩 줄어들었다.
산토끼도 부르고, 금잔디도 부르고, 피구왕 토끼에 은하철도 999, 모래요정 바람돌이, 둘리를 불러도
찜질방은 나오지도 않는다.
꺼먼 도로를 걷는데 우리옆으로 차한대가 조용히 멈추어 섰다. 뭐냐 뭐냐 뭐냐. 가던길 가란말이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돌아서서 마을로 복귀했다.
해서, 새해 첫날을 담배연기 가득한 pc방에서 요러고 있다.
시덥잖은 농담과 죽으란 법 없다는 몇 마디로 오는 내내 웃었다.
모험을 하자고 애당초 결심하고 나섰기에 웃음이 나왔을 것이다.
다시없을 오늘이며, 두 번은 싫은 새해맞이다.
2011년 새해가 꼭 오늘 같기를 바란다.
꼬이는 상황에 울상짓고 푸념했더라면 그 야밤의 행군이 얼마나 지옥같았을지를 생각해 본다.
마지막 학기 논문, 시험준비로 새해에는 많은 난관이 내정되어 있다.
그 길을 새로운 마을에서 오갈데 없는 오늘의 새해처럼 지나고 싶다.
함께 걷는 친구와 농담해가며. 의논해가며. 노래를 부르며.그렇게.
다만,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너무 무모하게 모험하지는 말아야 겠다. ^^
음..막을 수 있는 것은 막으면서 가는 2011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