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 어떤 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어찌 어찌한 매우
복잡 사유로 사람들로부터 존대의 지칭을 받고 있겠으나, 어쨌든
넘어가야 할 하나의 봉우리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결국은
그 산 정상 자체가 그 산의 끝이라던가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어쩔 셈인가? 이제 그 때가 된 것이다. 산을 오를 때,
올라갔던 그 길을 그대로 다시 되짚어 내려올 것인가를 이제부터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산은 내려올 때가 가장
중요하다...란 말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산의 크기에 대하여, 또는 맵시에 대하여 기억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한번 만났던 산들을 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이다.
답습은 내가 다람쥐로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 내가 산 아래로
구르고 구르는 도토리로 살기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럴 경우 다람쥐가 도토리를 주어먹고 그러한 답습을 할 수도
있겠으나...걱정 마라, 어찌 하나만 알고 둘은 기억에 없다 하느냐?
그럴 경우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화학기호부터 달라진다.
그 고갯마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흔쾌히 함성을 지르는 일...
응당 그 산길에서는 거기가 바람이 잘 지나다니는 길이기도
하겠거니와, 세상 모두가 아래로 보이는 매우 간단한 이치로, 선뜻
그런 타성을 만끽할만한 곳으로 보이기도 하겠으나,
어쨌든 그것도 자신의 속마음으로나 그럴 일이지, 다른 사람에게
소리 높여 자랑할 만한 그런 일은 필경 못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때에 따라서는, 정말 높고도 높은 산이란...봉우리조차도 없는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곳이어서, 거기 오래 있었다가는 금방
질식해 버릴지도 모를, 그런 곳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