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그랬었지? 물체의 표면에 대하여 첫 눈에 느낌이 와 닿는
그런 것은 그리 막연히 즐거워해야만 할 그런 일이 아니란 것을?
강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느끼는 저 푸르름과 청량감...그리고
끝없는 긴 세월의 한적함이 드러누운 백사장으로 흩날리는 가는
모래, 그 모래를 아직도 쉬임없이 닳게 하는, 끊임없는 파도...
그런 막힘 없는 수평선 끝으로부터 나에게 다가오는 쾌청함이,
내 생활의 근저에 끊임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일으키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좋으나, 어쨌든 그런 단순한 방법으로 바다를 바라본다는
것은, 짐짓 세상을 등지고자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그렇게 아주 까마득히 바라보더라도, 세상은 그것을
등질만큼 그리 쓰잘데기 없는 구석만 있는 것은 아니라, 적어도
내 등뒤로 나의 등을 빛낼 푸르를 들판과, 그 어디에서도 쉬임없는
몸짓으로, 아무리 부드러운 흙이 쌓이고 쌓인 이곳에서도, 결코
깃대 꽃지않는 바람소리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눈여겨보자. 한결같이 세상의 표면으로 나오지 않는, 저
수많은 참다운 것들의 무수한 작은 몸짓들과 쏘삭임을 보건대,
아무리 눈여겨보아도, 오늘 여기 흐린 강물 속으로 유유히 헤엄치는
저 수많은 물고기들 중, 단 한 마리도 그 강의 흐름을 좇아
바다로 흘러갔으리라는 추측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을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지만, 그것이 단지 그들의 오래된 단순한 습성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필코 그럴 것이다. 강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바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렇듯 늘
나의 꼬리 쪽에 상주하며, 내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