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있었네
자신을 잘 그릴 줄 아는 시인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믿었고
뭇 사람의 찬사를 받았네
그는 감사했네
자신의 그림에 가치를 불어넣어 주고
예쁜 포장을 해주는 이들의 호의에 자신을 던졌고
스스로를 그들의 종으로 만들었네
그리고는 울었네
마음이 아파서 울었고
자신이 한 짓을 알고서 울었고
딱한 자신이 안타까워 한없이 울었네
그 후로 다짐했네
자신을 찾겠다고
퇴색해 버린 자신을 버리겠다고
끈임 없이 다짐했네
그리고는 울었네
마음이 즐거워서 울었고
자신이 행한 복을 느껴서 울었고
홀로 선 자신이 자랑스러워 소리 없이 울었네
가로되, 시는 사람이네
시인의 의지를 먹고, 시인의 사색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아버지를 닮아 가는 시인의 아들이네
나 이를 존경하네
뉘우침을 알고
깨달음을 알고
어쩌나! 나 이처럼 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