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일을 하고 지친 눈으로 새벽을 가르며
버스 터미널로 발길을 돌린다.
아직은 몹시도 차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한 아침바람에
따끈한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어머니 품속처럼 그리워진다.
커피와 함께 올라탄 버스에는 나의 자리가 있다.
낡은 이어폰을 꽂고
수천 수만 가지의 희망과 좌절을 실감해 볼 수 있는
이 곳은 아무에게도 상관 받지 않는 나만의 처절한 낙원이다.
목적지에서의 일이 두려운 건지 그리운 건지를 모르니
이 곳은 나만의 안식처다.
낯익은 풍경들의 출현에 놀란 내 눈이 나의 명상을 깨우고
내 인생에 도박을 걸고 온 이 곳에 내리기가
문득 너무도 두려워진다.
수많은 신호등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찮은 시간의 올가미에 버둥대는 내가 한심한 걸 알지만
내 마음은 떨고 있다.
야무지게 다문 입술로 희미하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네고
내려야 할 시간이 엄습한다.
차창은 투명한 것이지만 밖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끝 먼지에도 지나지 않는 짧은 이 시간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한다.
수많은 생각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 않은,
하지만 내 인생의 모든 것이였던 그 희망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