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남포동 거리
우산 받쳐든 손은
젖은 어깨를 모른다
가늘고 호리 호리한 다리들이
네온 불빛을 찾을 때
약이 오를대로 오른
흙 알갱이들은 벌써
아무에게나 엉겨붙어 시비다
용두산 공원 오르는 골목 어귀
신이 난 바람이
속이 허한 우산대를 흔들어
고갈비집으로 끌고 간다
살아 튀어 오를 것 같은
고등어 살이 석쇠를 뒤집고
사람들은
소주같은 눈물을 마신다
줄지어 거북이 경주를 하는
아스팔트 위에서
문득
내 젊은 날의 객기가 스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도
군을 입대하던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