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조립된 유채화를 보여드립니다"ㅡ
기억의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싸여진 빛 사이로 아름드린 구름.
드내민 손길에 전해져 올 조찰한 조각바람하나.
폭우속 몸 뉘인 갈대의 서럼이 날리고,
대지속 씨앗의 설렘이 솟으며,
돌아서는 방랑객의 처연(悽然)함이 풍겨오는
그 새끼바람 날리던,
구성진 가락처럼 휘드러진 강가어귀.
낡은 외딴 저 곳의 황홀감에 취해,
지금의 눈꺼풀 열린 창문으로
드내민 손길 끝, 모여진 촉각(觸覺)의 막연함에는
소름나는 쇳덩이의 공명(共鳴)이 울었고,
햇빛 녹은 일기장속엔
코팅된 나뭇잎하나 매끈했으며,
물감 풀은 물에는,
나사 입은 구름 비치고 있었다.
고운 가루결 진흙위로 바퀴자국 하나 새겨진 후,
어느날, 내가 드내민 손길끝에는
조립된 마음의 유채화 한 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