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 날의 백댄서"〕
휘인다.
어둠줄기 한가닥
손 끝에 움켜쥐고
그 긴 끝은 온몸에 감겨
보이지 않는 물보라로 퍼져간다.
꺾인다.
시리운 돌 바닥에 전등빛 부서지고
깨진 파편(破片)의 조각 몸에 입힌체,
꺾이는 손은 이미,
한 마리의 낮선 생명체(生命體).
돈다.
매운 공기는 벽을 만들고
오직 한가지 색으로 덧칠된 그 벽속에,
티 섞인 눈물도,
빛 바랜 남색 별빛도,
스러진 여름날의 기도까지
이미 광막한 밤바다 색으로 물든다.
달빛도 튕기고 바람도 스쳐가는
파동(波動)의 물결속
모난 유리조각
하나 둘, 떨어져나가
남은 것은 없어라.
아아, 그는 누구인가.
눈길자국 하나 없는,
그림자 기둥 뒤
오롯한 무대위에서,
때묻지 않은 흔들림으로 이야기하는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