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마을 외딴 집에 은수라는 애가 있었어요. 은수는 할아버지와 함께 단둘이서 같이 살고 있었어요. 은수의 엄마 아빠는 은수가 아주 어릴 적에 병으로 돌아가셔서 은수는 엄마 아빠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어요. 하지만 혼자가 아닌 할아버지가 계셔서 외롭지 않았답니다.
할아버지가 일하러 나가시고 나면 은수는 항상 집에서 놀곤 했어요. 마을친구들은 은수가 엄마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은수를 매일 괴롭혔지만 은수는 마을친구들을 미워하지 않았어요. 그냥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을친구들은 비웃는 거라며 더욱더 괴롭혔어요.
어느 날 일하러 나가신 할아버지가 돌아오실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자 은수는 걱정이 되었어요. 찾으려 가보려 했지만 절대 집에서 나오지 말라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라 은수는 할 수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어요. 1시간이 더 지나서야 할아버지가 돌아오시자 은수는 일어나서 할아버지에게 울면서 달려가 안겼어요. 할아버지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그냥 은수를 안아주었어요. 은수는 할아버지의 품에서 엉엉 울어버렸답니다.
그 뒤 어느 날 은수는 할아버지가 안 계시는 데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나갔어요. 집에만 있다보니 너무 지겨워서 마을을 구경해보기로 했어요. 겁이 조금 나긴 했지만 용기를 내어 마을 읍내로 나갔어요. 읍내에는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했고 모두 모르는 사람들 얼굴들 뿐이었어요. 그렇게 계속 걷다가 은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어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던 거에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보였어요. 순간 은수는 외톨이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계시긴 하지만 항상 일하러 나가시는 데다가 자기랑 놀아 줄 형편이 아니었으니까요. 은수는 힘 없이 축 처져 고개를 숙이고 발이 닿는 대로 걸었어요.
어느 새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은수가 보이지 않았어요. 집 안을 구석 구석 찾아보았지만 은수는 보이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은수가 집에서 나간 것을 알고 부리나케 달려나가 읍내를 돌아다니며 은수를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어딜가도 은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은수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찾아다녔지만 은수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버럭 겁이 났어요. 마을에 아이들을 납치해간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좀더 큰 목소리로 은수를 부르며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할아버지는 순간 은수가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냈어요. 그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빈집으로 찾아갔어요. 과연 은수는 그 곳ㅇ에서 혼자 훌쩍이며 울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살며시 다가가 은수를 껴안았어요. 은수는 할아버지 품에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할아버지는 은수에게 밥을 내어 주었어요. 은수는 밥을 먹다가 할아버지께 말했어요. 읍내에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며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런 은수의 모습이 무척 가여웠어요. 할아버지는 고심하다가 무엇을 하나 꺼내더니 사진을 꺼내었어요. 그건 은수의 엄마 아빠와 은수가 아주 어릴 때 찍은 사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사진이 단 한 장 뿐이라 숨겨놓고 은수가 잠이 들었을 때마다 조용히 사진을 꺼내어 소리 없이 울었었다고요. 은수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해 품에 안기며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어요. 그 뒤로 은수는 다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지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