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내린 눈들이 녹아 도랑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햇빛은 점점 따스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작은 산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봄 햇살에 모두들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을 때,
한 그루의 나무에서 먼저 꽃봉오리가 열렸습니다.
아가의 살결 같은 보드라운 꽃잎을 살짝 내밀었습니다.
곧이어 맞은편 나무에서도 이곳저곳을 엿보며 연분홍 꽃잎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연분홍 벚꽃은 자그마한 탄성을 질렀습니다.
우아한 자태로 서있는 우윳빛 목련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목련이 살포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벚꽃은 발그레한 얼굴로 사랑을 고백했고, 목련은 온화
한 미소로 이에 답했습니다.
지나가던 구름들도 이 모습에 걸음을 멈추었고, 봄바람도 부러움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산새들은 둘을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벚꽃과 목련의 사랑. 하지만 이 사랑에도 슬픔은 있었
습니다.
너무도 사랑했지만 둘은 서로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의 꽃잎에 입을 맞출 수도, 가끔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 서로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도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한 사랑이었습니다.
어느 하루 아침, 목련이 힘없이 말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난 어두운 빛을 띠고 바닥으로 떨어질 거예요. 부디 그대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요. 변한 내 모습을 미워해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슬퍼하지만 말아주세요.\"
\"목련님이 원하신다면...... 그래요! 슬퍼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세요. 당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저에게 있어 목
련님은 영원한 아름다움이고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그날 오후, 여기저기 조금씩 꺼뭇꺼뭇한 점이 생기기 시작한 목련꽃은 점
점 제 빛을 잃고 한 잎, 두 잎 시들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벚꽃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애처로와 견딜 수 없었지만 그와의 약속 때문에 슬퍼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봄바람이 다가와 위로의 말을 속삭여주었습니다.
벚꽃은 그 바람에 몸을 실었습니다.
슬픔을 감추기 위해, 목련을 위해 사랑의 춤을 추었습니다.
눈이 날리는 듯 황홀한 그 춤은 마지막 목련꽃잎이 질 때까지 며칠이고 계속되었습니다.
목련이 완전히 지고, 춤을 끝낸 벚꽃은 목련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두 꽃은 나란히 누워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마지막 순간, 두 꽃은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둘은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두 꽃의 죽음이 너무도 슬퍼 참을 수 없었던 별들은 밤하늘 깊숙이 자취
를 감추었고, 먹구름만이 남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첨 올리는 글이라 넘 쑥스럽습니다.
(에구, 내가 뭔깡으로 이 글을 올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