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3일 후에야 돌아왔습니다.
물론 소라도 함께였습니다.
그러나 소라는 무엇에 부딪쳤는지, 그 뽀얀 살을 찢긴 채로 돌아왔습니다.
난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파도가 이런 거니?\"
\"아냐, 언니. 내가 잘못한 거야. 바보같이 돌에 부딪혀서......\"
\"괜찮은 거야? 너무 많이 찢긴 것 같은데......\"
\"괜찮아, 언니! 금방 나을 거야......\"
그러나 그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심해져 치료를 하시던 문어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아파 누워있던 소라가 말했습니다.
\"언니, 난 파도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어.
언니에게 들었던 내가 태어난 날의 일들,
가오리 아저씨가 구경시켜주신 먼바다 얘기,
상어 오빠, 문어 할아버지, 물론 언니 얘기도......
그리고 이런 얘기도 했어.
파도가 계속해서 친구들을 못살게 굴면 아무도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 거라
는......
하지만 파도는 내 얘기를 듣지 않았어.
그는 친구가 필요 없나봐......\"
소라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언니 말대로 엉뚱한 짓이었어.
파도에겐 아무도 필요 없는데......
나 혼자 그에게 친구가 필요할거라고 착각했어.
난 정말 바보야!
그런데 이상한 건......
그래도......
파도와 같이 있었던 그 날들이 너무나 행복했다는 거야.
정말 이상하지?
거칠고 무뚝뚝한 파도였지만, 난 그런 파도가 너무 좋았어......
하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나의 소라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내 품에 안겨, 파도를 그리워하다......
눈물을 채 멈추지도 못하고 그렇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일주일쯤 후, 답지 않게 얌전히 밀려온 파도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누굴 찾는 거지?\"
나는 퉁명스럽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라는 어디에 있지?\"
뻔뻔한 녀석. 울컥 화가 치밀었습니다.
\"없어! 일주일 전에 죽었어.
너 때문에 돌에 찢겨서 죽고 말았다고!\"
나는 바위 밑에서 소라의 껍데기를 꺼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것 뿐이야......
다신 그 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도, 그 애의 뽀얀 살빛을 볼 수도 없어!\"
파도는 매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얘기했습니다.
\"소라는 죽는 순간까지도 널 그리워했어.
그리고 마지막순간, 내게 말했지.
자기가 죽거든 이 껍데기를 너에게 주라고......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소라의 마지막 부탁이니 들어 줘야겠지?
자, 가져가! 그리고, 다신 널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분노로 떨리는 나의 손으로부터 소라의 껍데기를 건네 받은 파도는 한참동안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난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
소라가 말을 걸어주었을 때, 솔직히 행복했어.
하지만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난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지.
가장 강한 존재인 내가 소라처럼 작은 존재 때문에 행복해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아름다운 아이를 거부하고 말았어......
그 아이가 떠난 후, 갑자기 마음 텅 빈 것이 느껴지더군.
그 동안 어떻게 그 애 없이 살아왔던 걸까?
정말 어리석지?
그 애가 떠난 후에야 그 동안의 내가 껍데기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다니......
그 애는 나의 마음을 채워 준 유일한 존재였는데 그걸 거부하다니......
이제야 그걸 알게 되다니......
결국 너무 늦고 말았어......
이건 너희들에게 맡겨두겠어.
그래도 나의 마음은 언제나 소라와 함께 할 테니까......\"
소라를 다시 나에게 되돌려준 파도는 전에 없이 부드러운 물결을 일으키며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후로, 소라의 껍데기에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소라도 어디선가 그 소리를 듣고 있겠지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