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에 둘러싸인 한 작은 섬에, 아직은 문명의 이기를 몰랐던 순박한 사
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여자어른들은 숲에서 과일을 땄고, 남자어른들은 먼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왔습니다.
그사이 아이들은 숲 속을 뛰어다니며 놀거나, 산호초 안쪽의 얕은 바다에서 낚시를 배우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마을에서 제일 어린 꼬마는 그날도 혼자 해변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꼬마와는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빨리 뛰지 못한다며 술래잡기놀이에고 끼워주지 않았고, 키가 너무 작다고 낚시를 가르쳐 주지도 않았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산호초를 구경하던 꼬마는 산호초 밑에 큰 물고기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큰 물고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꼬마가 있는 장소에서도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큰 물고기였습니다.
가까이 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혼자서는 바다에 나가지 말라는 어머니 말씀을 어기고, 꼬마는 작은 카누를 타고 산호초로 갔습니다.
물고기에게 다가간 꼬마는 카누가 뒤집어질 정도로 놀랐습니다.
상어였습니다.
꼬마가 타고 있던 카누보다도 더 큰 은빛 상어였습니다.
놀란 꼬마는 헤엄쳐 도망가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우적대는 꼬마를 보고도 상어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두려움보다도 호기심이 더 커진 꼬마는 상어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상어의 옆 지느러미가 찢어져 너덜거리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그 상처 때문에 상어는 제대로 헤엄도 못 치
고 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꼬마는 그런 상어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카누를 바로 하고 섬으로 간 꼬마는, 곧장 집으로 뛰어가 예전에 넘어져 다쳤
을 때 어머니께서 붙여주셨던 약초를 가지고 다시 상어에게 돌아왔습니다.
꼬마가 다친 지느러미를 약초로 감싸는 동안에도 상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
다.
꼬마의 마음을 이해한 듯 얌전히 꼬마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곧 나을 거야!\"
꼬마는 상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매일매일 꼬마는 상어를 만나러 갔습니다.
약초를 갈아주고, 먹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상처가 나아가면서 상어도 점점 꼬마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상처가 다 났고도, 상어는 산호초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꼬마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된 꼬마와 상어는 함께 바다를 헤엄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 이를 본 마을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곧 상어가 아주 온순하다는 것을 알고는 상어를 길들인 꼬마에게 놀라워했
습니다.
바다에서 수십 년을 보낸 어른들도 시도조차 못했던 일을 꼬마가 해냈다며 칭찬하였습니다.
언제나 꼬마를 따돌렸던 아이들은 한번이라도 상어를 가까이 보고싶어 꼬마를 쫓아다녔습니다.
외톨이 꼬마는 이제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