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뒤척이다 잠 못 이룬 것이 아니다.
아예 달아난 잠에 연잇는 줄담배에도 지쳐 깨어 있다.
허망하게 달아난 잠 대신, 그 공백의 시간을 채울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그 흔했던 망상도, 환상도 찾아 오지 않는다.
자학이라도 좋은데, 무언가 이 답답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게 나를 잠시라도 버리게 하는 '행위'라면 좋은데..
차라리 이럴 때는 외로움이라든지, 고독도 벗이 못된다.
언젠가 일부러 이 놈들과 절별을 고하고나서는 한 번도 고개 드밀지도 않는다. 그들과의 결별 후 그 여백을 메우지 못하고선 마냥 삭막한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하니, 새삼 그들을 그리워하고 부르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다.
일껏 읽었던 시집을 들춘다.
찌르르한 떨림과 눈시울 붉힐 감동도 잠깐, 감동은 여백에는 찾아오지 않는다. 꽉 차 있는 가슴에, 그 꽉찬 가슴에 여백을 주러 찾아 올 뿐, 이렇게 전부 여백인 가슴에는 찾아오지 않는 가 보다. 아니 정확히는 머무르지 않는다.
음악? 우울을 가장해 본다.
우울해지지 않는다. 메마르다는 것만이 자꾸 머리를 헝클이고, 가슴을 헤집는다. 죽어간다는 자의식마저 사라진 머리와 가슴에 무슨 우울인가 싶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부르는 이름에는 인색하다.
허무? 아니다.
고독? 물론 아니다.
절망?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기다림? 기다림을 모른다.
마땅한 이름이 없다.
그저 잠 못 드는 밤이다.
내일 아침은 아무래도 더 머리가 무거울 듯 하다.
가슴은 더 큰 여백만으로 남아 있을 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