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점차점차, 무척 짧아졌다.
어중간한 길이를 정리하려고 한번.
봄맞이 겸 한번, 그리고 지저분한 뒷머리 정리하려 엊그제 한번 더.
컷트단발로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나는 약간 짧은 단발을 상상하며 의자에 앉았는데
약간 긴 컷트가 되어있었다.
너무 짧아졌다 싶긴했다. 뭐-미용사가 잘 어울린다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학교에 와서 내심, 반응이 기대됐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데, 시원~하게 잘어울린다고도 못하고
그저 짧다-와-왜 그렇게 짧게 잘랐어? 라고 나도 답 모르는 질문을 한다.
내가 잘랐나, 미용사가 잘랐지.
어쨌거나 머리가 짧아졌다.
좀 길면 내 머리에 잘 안착할거고
당장은 감고 말리는 시간이 조금이나 줄어서 좋다.
꽃무늬 들어간 옷을 입으면 참 못봐주겠다는 점만 빼면 크게 나쁘지 않다.
빨간 립스틱, 꽃무늬, 요런게 요즘은 참 좋아진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가던 취향이 이제 점점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드는 거란다.
이러다가 핫핑크 자켓을 이해하는 날도 올 것 같다.
평생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색이다.
뭐 나의 취향은 접어두고 본의아니게 시크해졌다. 이 봄에.
목련피고 산수유도 피어나는 이 마당에.
검은옷 회색옷만 입고 다니니까 마음도 괜히 점잖아 진다.
눈 빛도 뭔가 딱딱해 진다.
나비효과처럼.
나는 그냥 머리를 다듬었을 뿐이고,
머리가 좀 짧아지는 사고가 있었고,
꽃무늬가 안어울릴 뿐인데
시크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렇게 도미노처럼 좌르륵! 쓰러지는 일들이 요즘 참 많이 일어난다.
머리는 머리고, 옷은 옷이고, 기분은 기분이면 좋겠는데
기분은 기분이고, 할 일은 할 일이고,
죽이 잘 맞는 사람인지에 따라 일의 성과가 달라지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유감이다.
상황에 따라 너무 좌지우지되지 말자고 생각하는데도 잘 안되네.
당장은 삐걱대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더 자연스러워지겠지.
머리카락도 언젠가는 자라서 나중에는 귀밑에서 찰랑, 어깨 위로 찰랑 거릴 날이 올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