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없이 살 땐, 필요없던 것들이 살림살이 쪼~끔 나아졌다고 기어이 사야하는 것이 되었다.
봄이 왔다고 살랑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싶은 것을 보니, 나도 여자다-
결제버튼 앞에서, 내가 저거 없이 벌거벗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꼭 사야하나.
사 놓고 입고 갈 곳이 학교밖에 더 있나, 기분전환은 한달이상도 안갈텐데-
오만가지 고민을 해싸서, 한달째 장바구니에 있다.
날은 쫗아지기 시작하고 이러다 여름이 오겠다.
시간 정말 잘도 간다 잘도.
정신없이 한달을 살고 고개를 들어보니, 엎어질 뻔한 고비를 넘고, 멈출 위기를 지나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다. 이러다 정말 끝까지 가려나 보다.
와, 정말 그날이 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날이 온다면 정말 눈물이라도 흘려야지.
내가 이런소릴 하면 주변에서는 깔깔 거리고 웃는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엄살이란다.
그 말이 더 슬프다. 이제 시작일뿐이라니..
그래, 당분간은 좀 더 거지처럼 살자. 깨끗하게 씻고만 다면 되지 뭐.
한달 넘게 집에 내려가지도 않고, 없는 딸처럼 살았다.
얼마 전에 겨울옷이랑 무거운 짐을 가져가시겠다며 부모님이 몸소 서울에 올라오셨다.
부모님은 한달 반만에 어엿한 할매 할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차 막히기 전에 집에 돌아가시겠다는 엄마를 구지구지 학교구경 시켜주겠다고 한바퀴 돌았다.
우리학교는 구경시켜주는 사람 민망하게 너무 볼 것이 없었다.
하필, 비료를 뿌리는 타이밍이라 코가 썩어들어 갈 것 같았다.
냄새가 나네, 투달투달, 다리가 아프네, 투달투달,
시집은 안가고 이러고 있냐고 궁시렁궁시렁.
별로 애틋하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두어시간 함께 있다가,
주차 해 놓은 차에 누가 못을 박아놓은 대형참사를 맞이하고
투덜거림이 대폭발 한 후 그렇게 내려가셨다.
그러고 나서부터 속이 허~하다.
그냥 뭔가 쓸쓸하고, 좀 심심하고, 괜히 눈물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매, 할배...휴...
자식들이 크면 자기 사는 것 바빠서 부모님 잘 안챙긴다는데,
내가 꼭 그런 자식이 되어있었다.
뭐, 당장 돈을 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애교도 없고 자주 내려갈 엄두도 안나니.
그냥 빨리 졸업이나 해야겠다.
무조건! 졸업한다!!!!!!졸업!!!!!!!!!
이번학기는 나의 마지막 학기 여야만 한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