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혀를 다쳤다.
혀 끝도 아니고 옆도 아니고 정 중앙을.
이까짓 거 밥한끼 먹는 동안 다 아물지 라고 했는데 다 먹고 앉아 있노라니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쇠맛.
메롱 하고 혀를 꺼내서 보았더니 벌건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나는 찌개도 먹고, 김치도 먹고, 여러가지를 먹고 먹고 먹었는데.
상처 위에 찌개가 덮히는 상상을 해 보았다..아..
어쨌든 나는 후식으로 피를 먹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자랑스레 나의 후식 메뉴를 보여주었더니
어떻게 그렇게 중간을 다쳤냐며 흥미로워 하는 눈치다.
지금도 아프지는 않은데 혀 중간에 살짝 떨어져 나간 살점이 매달려서 자꾸 신경쓰인다.
책을 읽어도, 과자를 먹어도, 일을 하고 있어도 자꾸만.
뜯을 수 있는지 들여다 보았는데 뜯을 수 없게 생겼다.
보통 살점은 떨어져서 매달려 있으면 내 살이 아닌 것 같은데
혀는 떨어진 살점도 아직 내 살점 같다. 의리있는 세포다.
입 천장에 혀를 부비다가,
아프지 않은데 신경이 쓰이고,
잘라내면 피날 것 같아서 내버려 두는 존재들을 떠올렸다.
이 살점은 결국 다시 혀의 일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