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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시 모음> 안차애의 '감자' 외

     날짜 : 2013년 03월 14일 (목) 1:40:40 오전     조회 : 2415      

<감자 시 모음> 안차애의 '감자' 외  

+ 감자

내 사랑은 심심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농염이다
내 사랑에 온갖 맛이 들어 있다는 건
깊이 다가와 본 사람은 다 안다
춘궁(春窮)이거나
춘궁 같은 허기거나
허기보다 더 아득한 마음일 땐
심심하고 둥근
둥글고 부드러운 내 몸에
당신의 이빨자국을 찍어 보라
당신이 가진 온갖 맛
떫거나 시거나 쓰거나 짠맛, 맛들을
순하고 착하게 껴안아주리
내 살 깊이 품었다가 온전한 농염으로
다시 당신께 돌려보내리
(안차애·교사 시인, 1960-)


+ 감자

장모님이 보내온
감자 한 포대
한동안 잊어버린 채
베란다 한쪽 구석에 두었더니
빛 그리워
새순 올랐다

새순 돋은 곳마다
푸른 상처 선명하다

그 상처 도려낸 자국
칼끝 너무 깊다

칼끝 깊을수록
속살 더욱 희다
(김정호·시인, 1961-)


+ 감자밥

하지가 지나고
햇감자를 물에 말아먹으면
사이다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그 안에는 밭둔덕의 찔레꽃이나
소울음도 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먹기 싫어서
여름이면
어머니랑 싸우고는 했다

그 후
논밭과 사는 일은
세상에 지는 일이라고
어머니는 나를 멀리 보냈지만

해마다 여름이 와서
온몸에 흙을 묻힌 채
시장에 나오는 감자를 보면
쓸데없이 허기져
그 사이다 같은 감자밥이 먹고 싶다
(이상국·시인, 1946-)


+ 삶은 감자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내주고, 김치가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처럼 덮어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 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 지 오래다
(안도현·시인, 1961-)


+ 삶은 감자

이건 확실히
잘못 선택한 밤참이다
한 번이라도 감자를
삶아 본 적이 있는가?
스무 번도 더 냄비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찔렀다
열대야처럼 푹푹
김 속에서 감자들
生을 수그리지 않는다
쉭쉭거리며 가스불은 시퍼렇게 달려들고
냄비는 열과 김을 다해 내뿜고
감자는 버티고 있다
덥고 지루한 싸움이다
눈꺼풀이 뻣뻣하고 무겁다
이렇게까지 감자를 먹어야 하나?
한 번 더 찔러보고 아직 아니라면
그냥 자야겠다
우, 삶은 감자!
(황인숙·시인, 1958-)


+ 감자의 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 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멩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길상호·시인, 1973-)


+ 감자를 캐며

온다간다
말없는 비 기다리며 감자를 캔다.
꽃이 지고 말라버린 감자대공을 뽑고
검은 비닐을 걷어낸다
  
뿌리에 머리 박은 놈
뿌리에 팔 하나 감긴 놈
뿌리에 다리 하나 말린 놈
제멋대로 산만큼 밝다, 맑다
지하에 저렇게 웃는 놈
땅속 가득 키우고 있었다니
난, 생각만으로도 덕본다

제만큼의 영역에서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데리고
살이 찐 감자들이
흙을 이고 뿌리를 꽉 잡고선
줄줄이 끌려나온다

어두운 곳에 깊이 숨어
요지경 속 세상, 보고 듣지도 않고
세상시름 잊었던 감자처럼
이열치열以熱治熱
단순노동의 행복을
절절이 맛본다
(김귀녀·시인, 1947-)


+ 감자  

재래시장 입구
도로 한복판

멀리 노점상단속반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자
수북히 쌓인 감자더미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기우는 햇살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감자의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체온보다 따스한 저 손길
금방이라도 노란 싹이 돋아날 것만 같다.
(이재봉·시인, 1956-)    


+ 감자

한겨울 종이 상자 안의
감자들
땅 속에서 줄줄이 끌려나와
무더기, 무더기로 쌓여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저들
잎과 꽃을 피워 올리며
열심히 몸을 만들던 한철
고운 빛과 바람을 양식 삼아
탱탱하게 부풀던 마음,
단단히 여물어 둥글둥글 구르며 껄껄거리더니
지금은 외진 헛간에 죄 없이 갇혀
발 묶여 있다
다만 하나
오목오목 몸 둘레에 감추고 있던
작고 앙증맞은 귀때기
어둠 속에서 종긋종긋 움직여
허공 벌판, 불령선인(不逞鮮人)처럼 우우거리며 떠도는 소리들을
한 올 한 올 집어내어
제 가슴에 옮겨 심는다
그 소리들 몸 속 가득 차오르니
시한 폭탄처럼 웅크리고 있던 감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잇달아
폭발한다
흰 줄기, 줄기가 비명처럼 막무가내로 튀어나온다
(홍일표·시인, 1958-)


+ 그것뿐이다

나는 찐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었고
너는 찐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었다

너도 나처럼 소금에 찍어 먹을 줄로
나는 알았고
나도 너처럼 설탕에 찍어 먹을 줄로
너는 알았다

우리는 찐 감자를 먹었다
(허은희·시인, 196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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