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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경건' 외

     날짜 : 2013년 02월 20일 (수) 0:47:14 오전     조회 : 2137      


<거룩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경건' 외

+ 경건

온 천지
혹독하게 얼어붙은 겨울 들판에
초가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냘픈 연기.

코로 따뜻한 숨을 내뿜는
그 살아 있음의
경건함이여.
(오세영·시인, 1942-)


+ 오늘 하루도 거룩하다
        
오늘도 지구를 일용했다
아침에 지구를 먹고
낮에 지구를 많이 사용하고
새벽까지 지구 위에 누워 있었다
내가 버린 것들은 모두
지구로 돌아갔다
오늘 하루도 지구에게 미안했다
            
나는 이 지구 위에서
자력 신앙이 아니다
자력은 나의 힘이 아니다
(이문재·시인, 1959-)


+ 삶은 아름답고 거룩한 것

맹꽁이의 음악 너 못 들었구나.
구더기의 춤 너 못 보았구나.
살무사와 악수 너 못해보았구나.

파리에게는 똥이 향기롭고
박테리아에게는 햇빛이 무서운 거다.

도둑놈의 도둑질처럼 참 행동이 어디 있느냐?
거짓말쟁이의 거짓말처럼 속임 없는 말이 어디 있느냐?
거지의 빌어먹음처럼 점잖은 것이 어디 있느냐?

그것은 정치가의 정의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고,
군인의 애국보다 한층 더 믿을 만한 것이고
종교가의 설교보다 비길 수 없이 거룩한 것이다.  
(함석헌·사상가, 1901-1989)


+ 멜로드라마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쥐어짠다
멜로드라마는 손수건을 적신다

비웃지 마라
멜로드라마가 슬프다면
그건 우리 삶이 슬프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가 통속적이라면
그건 우리 삶이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만이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그들만큼은 겪어봐야 안다
삶을 연습하고 싶다면
우리는 멜로드라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룩한 멜로드라마
위대한 멜로드라마
(강연호·시인, 1962-)


+ 성(聖) 고독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
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바쳐
예순여섯 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 고백하는 뱃고동 소리 들려주네
때때로 나는
고동 소리를 고통 소리로 잘못 읽는다
모든 것은 손을 타면 닳게 마련인데
고독만은 그렇지가 않다 영구불변이다
세상에 좋은 고통은 없고
나쁜 고독도 없는 것인지
나는 지금 공사 중인데
고독은 자기 온몸으로 성전이 된다
(천양희·시인, 1942-)  


+ 꽃에 대한 경배
                                                                                
철 따라
잠시 피었다가

머잖아
고분고분 지면서도

사람보다 더
오래오래 사는 꽃

나 죽은 다음에도
수없이 피고 질 꽃 앞에

마음의 옷깃 여미고
경배 드리고 싶다.

피고 지는
인생 무상(無常)

지고 다시 피는
부활의 단순한 순리(順理)를 가르치는

'꽃'이라는
말없이 깊은 종교

문득, 나는 그 종교의
신자가 되고 싶다.
(정연복·시인, 1957-)


+ 신발에 대한 경배
  
늙은 신발들이 누워 있는 신발장이 나의 제단이다.
탁발승처럼 세상의 곳곳으로 길을 찾아다니느라
창이 닳고 코가 터진 신발이 나의 부처다.
세상의 낮고 누추한 바닥을 오체투지로 걸어온
저 신발들의 행적을 생각하며 나는
촛불도 향도 없는 신발의 제단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신발에게 경배한다.
그 제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합장하는
나는 신발의 行者,
신발이 끌고 다닌 그 수많은 길과
그 길 위에 새겼을 신발의 자취들은
내가 평생 읽어야 할 경전이다.
나를 가르친 저 낡은 신발들이 바로
갈라진 어머니의 발바닥이고
주름진 아버지의 손바닥이다.
이 세상에 와서 한평생을
누군가의 바닥으로 살아온 신발들,
그 거룩한 생애를 생각하며 나는
아침저녁으로 신발에게 경배한다.
(김경윤·시인, 1957년 전남 해남 출생)


+ 화엄 세계 읽다

초가집 그을음 새까만 설거지통 옆에는
항시 큰항아리 하나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설거지 끝낸 물 죄다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하룻밤 잠재운 뒤 맑게 우러난 물은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텁텁하게 가라앉은 음식물 찌꺼기는 돼지에게 주었다
가끔은 닭과 쥐와 도둑고양이가 몰래 훔쳐먹기도 하였다
하찮은 모음이 거룩한 살림이었다

어머니는 뜨거운 물도 곧장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그냥 하수구에 쏟아 붓는 일은 없었다
반드시 하룻밤 열 내린 뒤 다시 만나자는 듯
곱게 온 곳으로 돌려보냈다
하수구와 도랑에 육안 벗어난 존재들 자기 생명처럼
여긴 배려였으니, 집시랑물 받아 빨래하던 우리 어머니들 마음
經도 典도 들여다본 적 없는
(김정원·시인, 전남 담양 출생)


+ 구들장

인기척에 놀라 단풍잎 휘날리는 가을
망월사 앞마당
구들장을 뒤집어 불의 혀를 말리고 있었다

생솔가지 지피며 눈물 감추던 겨울
돌의 숨결에
침묵의 먹을 갈던 구들장 돌부처

홀연히 그가 밟고 간 먹구름 뒤의
천둥소리
환한 절 마당에 작파해버린 경전들

지옥의 유황불 치달린 가을 말발굽
망월사 앞마당
구들장을 뒤집어 바람의 머리칼을 말리고 있었다
(최동호·시인, 1948-)


+ 절

지난여름 보경사 산문 앞 육백 살 회화나무 한 분 땅바닥에 온전히 넘어지셨다

일평생, 제 몫을 다하고 허공에서 바닥까지 큰절 한 번 올리고 누운 저 몸, 마지막 몸뚱이로 쓴 경전(經典)

나도 지금 절 올리고 있다
(이종암·시인, 1965년 경북 청도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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