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쯤, 그러니까 꼭 4년 전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을 멋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란 책의 줄거리가 이렇다라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을 다시 읽는 지금은 나 자신이 베르테르인 것처럼 읽으려고 노력했다. 베르테르가 느꼈을 아픔과 슬픔.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인 양 읽어나갔다. 그때에 읽었던 느낌과 지금 다시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이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란 책이 괴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은 괴테가 어떤 작가인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괴테는 약혼자가 있는 여인을 사랑하고 만다. 괴테가 사랑하게 된 여인 '샤를로테 부흐'. 그러나 괴테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 사랑은 너무나 위험한 사랑이었다. 괴테는 그녀와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와의 위험한 삼각관계를 피하기 위해 그녀 곁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괴테의 아쉬움으로 인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로테의 모습에서 괴테가 사랑한 여인 '샤를로테 부흐'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괴테가 사랑한 그 여인이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기에 괴테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아 버렸을까. '샤를로테 부흐'란 여인이 로테처럼 모든 남성들이 첫눈에 반할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적어도 괴테에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을 상당히 좋아했을 것 같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로테가 어린 동생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장면을 괴테는 너무나 아름답다고 묘사해 놓았다. 아마도 그 모습은 '샤를로테 부흐'와 그녀의 동생들을 모델로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또한 베르테르가 괴테라는 생각을 했다. 괴테가 사랑한 여인 '샤를로테 부흐'가 로테로 다시 살아났듯, '괴테' 또한 베르테르로 다시 살아난다. 베르테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쉬움. 이 모든 것이 괴테의 아픔인 것처럼 느껴졌다. 괴테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으며 베르테르의 사랑 역시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괴테는 '샤를로테 부흐'의 곁을 떠났다. 소설 속 베르테르 역시 그녀의 곁을 떠나고 만다. 하지만 베르테르 자신은 그녀를 마음속에 묻은 채 숨을 거둔다. 베르테르의 죽음은 로테에 대한 자신의 사랑의 마지막 표현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괴테는 '샤를로테 부흐'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로서 표현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것은 베르테르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만약 베르테르가 로테와의 아픈 사랑을 추억으로 남긴 체 죽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로테의 곁을 떠났다면, 베르테르의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아픔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괴테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베르테르의 죽음. 그리고 그의 죽음을 가슴 아파할 로테. 괴테는 베르테르를 죽임으로 해서 자신의 '샤를로테 부흐' 에 대한 사랑의 아쉬움을 더욱 절실히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베르테르는 불운의 주인공이다. 그가 사랑한 여인은 약혼자가 있는 로테였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불운한 결말을 맞이해야만 했던 이유였는지 모른다. 괴테가 '샤를로테 부흐'란 여인을 무도회에서 만났던 것처럼, 베르테르 또한 무도회에서 로테를 처음 보게 된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이 어떤 불행한 결말을 맺든 베르테르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행한 결말은 현실로 다가왔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졌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로테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베르테르의 슬픔 또한 커갔다. 그것은 그녀와 영원토록 함께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괴테가 '샤를로테 부흐'를 사랑했을 때에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란 소설 속에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베르테르가 로테와 영원히 함께 할 수만 있었다면 그는 그 어떤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사랑이었다. 이것이 베르테르를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괴테가 '샤를로테 부흐'의 곁을 떠났던 것처럼 베르테르는 '로테'를 잊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은 베르테르 자신이나 로테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베르테르는 로테를 정말로 잊어버리는 듯 했다. 그러나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로테와 함께 했던 그 언덕위로 가 있었던 것이다.
로테를 잊어버리겠다던 베르테르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오히려 로테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로테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베르테르. '차라리 베르테르가 로테의 곁으로 돌아가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르테르의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읽는 것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로테와 베르테르의 마지막 만남이 있던 날. 그날의 만남은 눈물의 만남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에 울어야 했고, 로테는 이유 모를 불안감 때문에 울어야 했다. 사랑하는 로테에게 베르테르가 <오시안의 노래>라는 시를 들려주는 모습은 더없이 눈물겹게 보였다.
'봄바람이여! 왜 나를 일깨우는가? 바람은 웃으며 말하네. 나를 하늘의 이슬로 적신다. 그러나 시들어 버릴 때는 가까웠고, 나뭇잎을 떨어 버릴 폭풍은 가까웠다. 내일 나그네는 오리라, 아름다운 날의 내 모습을 보러 나그네는 오리라. 그의 눈망울은 들판을 이리저리 찾으리라. 그러나 찾지는 못하리라.'
물론 시의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를 읊어주는 베르테르의 슬픈 눈망울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서성이고 있는 듯 하다.
로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그리고 한발의 총소리.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가슴에 묻은 체 세상을 등지고 만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숨을 거둔다. 어차피 로테의 곁을 떠나야 했을 베르테르였다. 좀더 일찍 떠났더라면 이런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너무 오래 묻어두었다. 그 사랑이 중병이 되어 이렇게 더없이 큰 불행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이룰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괴테의 '샤를로테 부흐'와의 사랑이나, 베르테르의 로테와의 사랑이나 모두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나 또한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슬퍼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게 된다면 베르테르처럼 될 수 있을까. 진정 사랑을 할 줄 알았으면서도 용기가 없었던 베르테르. 좀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한편으로는 그런 베르테르의 사랑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괴테가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것처럼 베르테르 또한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베르테르의 가슴아픈 사랑이 나의 마음속에 너무 깊이 남아 있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랑이 누구든 나는 나의 사랑을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