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무엇에 한번 크게 당하게 되면 다신 그걸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언젠가 술을 필름 끊기도록 마신뒤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삼일 정도를 술병으로 앓고 나선
다신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며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워낙 술을 좋아하던 나였기에 차마 끊지는 못하고
그때처럼 무식하게 마시는 버릇은 줄고 적당히 마시는 법을 배웠다.
골초였던 그가 폐암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담배의 '담'자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싫어했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담배를 피면 그 꼴을 못보고
계속 잔소리를 하고 있다.
향수 알레르기가 생긴 뒤로 화장품 가게를 피하게 되었고
구역질이 나올정도로 향수를 바르고 다니는 여자들을 볼때마다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어쩌다 향기나는 로션을 바르게 되면 기어이 손을 다시 씻고 만다.
조개를 먹고 체하기를 세번 반복하자
조개를 비롯한 어패류는 꼴도 보기 싫어졌다.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지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리 체하고 배반당하고
아픔이 계속되더라도
또 하게 된다.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데도
내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도
계속 한다.
사랑은 정말 무섭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