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 다닐때
갑작스레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미칠것 같이 손이 가렵고 그림 생각에 심장이 터질 정도로 그림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그런 기분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긴 해도
보고 그리기만 조금 할 뿐.
창작 그림은 전혀 못그리는데.
하지만 결국 난 연습장을 사고 만화책을 빌려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처음 그린 그림이 멍한 표정의 소녀다.
아마 지금은 버리고 없을테지만 당시로써는 꽤 마음에 들던 그림이었다.
그 뒤로도 싸인펜을 구입해 귀여운 그림을 채워나갔다.
이해할순 없었지만 마음은 무척 편해졌다.
그림 그리는 내내 아무런 생각도 안나고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듯 했다.
퇴사를 한 뒤.
불안함과 복잡한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 또 그림에 손을 대었다.
조카의 동화책 속에 그려진 그림을 그려나갔다.
햇님과 달님의 호랑이, 알라딘 램프 지니 등
연습장은 또 하나의 동화책으로 바뀌어 갔고
불안한 백수생활도 진정되 갔다.
연습장이 세권 정도 되었을때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은 버리고 파일을 해두고
난 또 그림과 멀어져갔다.
하지만 아는 오빠에게 그림을 배우러 다닐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도 욕심이 났고
친구따라 시작 했지만
동화만 그리던 내게 오빠가 알려주는 그림은 너무도 멀기만 했다.
결국 우린 모이는 시간마다 술을 마시던가 수다를 떨면서 시간만 축냈고 나도 그림을 포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컴퓨터를 장만했고
그림판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잘 안되던 그때 난 미친 듯 그림판을 그려나갔다.
대부분 곰돌이 푸우가 주제였지만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인터넷을 접하면서 많은 만화를 알게 되고
이젠 여러 만화를 그려본다.
그래봐야 대부분 귀여운 동물 뿐이지만.
뭔가를 잊고 싶을때
집중해야할때
화가 날때마다 그림판을 열어 그림을 그린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유가 그렇다.
요 며칠 전부터 자꾸 그림 생각이 난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생각해서 정리 하고픈데
또 다시 나는 그림이란 도피처를 찾는다.
그림 하나를 그리고 나면
쉽게 포기하고 쉽게 잊을수 있을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안할수 있을것 같다.
미칠것 같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이번은
정정당당히 싸우리라.
감정과 이성 사이에 생긴
묘한 감정을.
불안전한 사랑을 도려내야겠다.
그림 그리고 싶다.
미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