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의 잉어들은 그렇게 죽기로 작정했다
봄비 축축히 내리면 하늘의 눈물이려니
그렇게 죽기로 작정했다
중랑천은 너무 어두워
새천년 맞이 집단 살풀이에 떼돈 쏟아부을 때
그날도 잉어들은 떼지어
기름진 중랑천을 차올랐다
의정부 너머 좁은강에는 살만하다는데
지난 홍수에 떠내려온 소문 쫓아
좁은강으로 좁은강으로
허나 쎄멘보에 막히고
7호선 공사구간에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숨이 막히고 눈이 막히고 등이 굽고 살이 썩고
그래서 그렇게 죽기로 작정했다
한모금 산소를 다투다 비늘 슬키는 일 없도록
여름이 오기 전에
갓부화한 새끼도 배부른 어미도
칠흙 같은 새천년 중랑천에서 그렇게 죽기로 작정했다
다음날 서울에 붉은 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