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떨어져도 하늘은 날겠지.
나는 어느 때와 같이 일을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실고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일이 별로 없었는지 늘 퇴근하던 시간보다 좀 더 일찍 퇴근하게 되었고, 나는 집에가 한시 빨리 드러눕고 싶었다. 버스를 타며 창밖을 보니 달빛에 뭔가 반짝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작은 무언가가 어디론가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냥 뭐처럼 조금은 여유를 부릴까 싶어서 편의점에 들려 맥주 한 캔을 들고 집 앞 공터에 걸터앉아 천천히 들이켰다. 그런데 교복을 입은 앳되보이는 한 남자 아이가 건너편 공터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안경을 벗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는 놀란 나머지 맥주를 한 번에 목에 털어 넘겼고, 황급히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는 놀랐는지 울음을 멈추었고, 끅끅 거리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그 아이가 감정을 다듬고 있을 때 안경을 닦아주며 말을 건 내었다.
“몇 살이니?”
“열일곱 살이요”
“아 그쯤이면 고등학생이던가. 뭐 힘든 거라도 있니?”
“저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저를 따돌리고 선생님들은 저를 외면하셔요. 게다가 저는 잘 하는 것도 없고 친구들이랑 친하지도 않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봐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부모님들은 그저 용돈을 더 주시며 친구들과 밥이라도 먹고 오라고 하시고요.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저를 외면하고 그 아이들을 죽도록 원망했어요. 내 자신이 싫었어.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지도 못하고.”
“너 자신을 너무 내려 깍지는 말거라. 그게 가장 바보 같은 소리야. 그 아이들도 분명 너가 밉고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닐 거야.”
“그냥 저는 이 모든 게 꿈인 것 같아요. 갑자기 울고 있는 바보한테 아저씨가 와서 말도 걸어주고 힘을 내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이젠 괜찮으니까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저씨랑 함께 있으면서 많을 걸 깨달았어요. 나란 놈도 사랑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랑도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걸.”
“나도 방금 알게 된 게 있어. 너는 정말 멋진 놈이야.”
“이 모든 게 꿈인가요? 갑자기 아저씨가 미워졌어요. 살고 싶어졌거든요. 아저씨 저 다시 힘내볼게요”
그리고 나는 다 마신 맥주 캔을 집어 들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주일이 채 안되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그 아이가 찾아왔다.
“아저씨, 아저씨 말대로 저 정말 힘냈어요. 근데 아무도 제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아요. 저는 어떡하면 좋죠. 저는 어디로 가면 되요?”
나는 꿈에서 깨어나 재빠르게 외투를 집어 들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그 놈을 만났던 곳으로 생각 없이 뛰어갔다. 그러나 그 녀석은 이미 저버린 꽃이 되어있었다. 천천히 해가 들어오는 새벽녘 이였지만, 피지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나는 그런 꽃이 된 녀석을 천천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해가 뜨자 사람들에게 둘러 싸였고,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달려오며 물었다.
“왜? 도대체 누가 우리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제발 이 아이가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말좀 해줘요. 누가 이런 거냐고”
나는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감각도 없이 그저 그대로
“사람들이 이 아이를 죽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