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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할아버지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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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 위의 노인은 노크 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다.
언젠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3달 전에 만난
소년임에 틀림없음을 확신하며 슬그머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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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이었다.
이제 막 겨울이 오려는 스산한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웬만하면
일요일엔 공원에 항상 나가는 나였기에
그날도 날씨가 나쁘지 않아 어김없이 공원에
나가 벤치에 앉아 떠나가는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 주고 있었다.
팔십 남짓 인생사에 그 많고 많은 짧고 길은 인연 중에
우연 하나 없는 인연 하나 없을
테지만 그 소년과의 만남은 유난히도 우연스럽다고 느꼈었다.
다 늙고 나서 이제 인생의 끝만을 남긴 여정에 새로운
인연을 만난 탓이었을까?
살아있는 눈빛, 생기가 느껴지는 말투, 씩씩한 행동거짐
확실히 팔팔한 젊은이라는 인상을 주는 그 소년은 불현듯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는 것 같죠?"
"할아버진 이 공원에 참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이 공원 참 괜찮지 않아요?
하하 "
다 늙어서 재미도 생기도 없는 이 늙은이가 뭐가 좋은지
매번 일요일마다 공원에 찾아와 따뜻한 캔커피 하나씩 건네며 말을 걸어주었다.
젊은이는 이 동네의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고향은 이 동네에서 먼
곳이라고
21살의 씩씩한
청년
아니 아직 어린
소년..
그리고 몇 주일이 지나 알게
된
그 소년의 학창시절
이야기 그리고 내가 알려준 내 중학교 시절 부끄러운 아직도 잊지 못한 첫사랑 이야기
한 달이 지나 알게
된
그 소년의 전화번호,
집 주소 그리고 내가 알려준 내 집 주소
그리고 두
달째
점점 뜸해지는
소년의 발걸음.. 뭔가 가슴 한 편에 남는 아쉬움과 씁쓸함..
그리고 세 달째가 되기 몇
주전
더 이상 오지 않는
소년에 뭔가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낙엽과 같이 쌓여버린 노년의 아쉬움
그런데 오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직 미쳐 털어
내지 못한 그 아쉬움 들을 한 방에 털어버린 노크 소리가
대문이 열리며 보이는 소년의 표정에
미안함과 반가움이 모두 묻어있었다.
나도 나이를 이렇게나 먹었지만 그 반가움에
어린아이같이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많이 뜸했죠? 죄송해요. 하하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세월에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나도 나이를 뒷구멍으로 그냥
먹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소년의 미안함과 반가움의 표정 뒤에 무언가
찝찝함이 묻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그 찝찝함이 1달가량의 짧은 이별의 이유이며 또 다른 무언가의 이유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머리와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주며
방으로 안내한다.
그
털어내는 손짓에 반가움을 하나 얹고
다 지는 인생의 친구가 되어준 고마움 하나 또
얹고
탈탈
나 또한 힘차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