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전뽑기-프롤로그
정강 리 에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미난 두 집안 이야기가 있다. 그 마을 사람들이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결국엔 알게 되는 ‘정씨 가문’과 ‘강씨 가문’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두 집안은 작은일 이든 큰일 이든 서로 옥신각신 싸웠다. 그에 따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오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를 뽑으라면, 풍년잔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주민들이 이 두 가문을 모아 풍년이 난 기념으로 잔치를 열었다. 정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두 가문이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결국 두 집안이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 둘이 싸우는 것을 멈추면 마을주민들도 편할 테니까. 그러나 잔치 프로그램 중에 ‘장기자랑’이 들어간 게 큰 잘못이었다. 장기자랑은 그 특성상 남이 잘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정씨와 강씨, 두 집안은 상대편의 잘난 것을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결국 잔치 도중에 생긴 작은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벌어졌다.
여하튼 그 두 가문이 너무 유명해서, 마을이름도 정씨 가문의 ‘정’자와 강씨 가문의 ‘강’자를 붙여서 ‘정강’리 라고 붙었다. 현재는 정씨가문만이 이 고장에 계속 있고, 강씨 가문은 현재 어디론가 떠났단다.
농자천하지대본전뽑기-1화
이쪽으로 오는 파란 트럭이 있다. 물건을 많이 싣고 마을로 들어온다. 그 차가 정지한 곳은 동사무소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빨간 집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 마당에 자리 잡은 굵은 은행나무를 정답게 여기고 있다. 그 나무 옆에 트럭이 섰다. 트럭 뒤쪽의 짐칸에는 왜소한 트럭 크기와 대조되는 거대한 이삿짐들이 실려 있다. 보면 꼭 흘러 내려지거나 떨어질 것 같아 보인다.
“건형아, 이제 차에서 내려라. 이곳이 우리의 새 집이다.”
“네.”
트럭의 문이 열리고 푸른 윗옷을 입은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이 집을 보니까 아까 그 커다란 은행나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은행나무는 확실히 나이가 엄청나게 들어 보였다. 줄기가 많이 굵지는 않지만, 뭔가 웅장하고, 튼튼해 보였다. (아직은 푸른)은행잎들은 우리 대신 햇빛을 받고 있었고, 그 덕분에 시원하고 편안한 나무그늘이 밑에 있었다. 자연산만이 만들 수 있는 건축이었다. 마을사람들이 좋아한 이유가 있었다. 소년도 곧 나무의 좋은 풍경과 좋은 기운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와, 크다!”
“정말 크네. 줄기가 좀 가는 놈인데도 말이야. 그치?”
“역시 나무가 좋아. 이런 멋진 풍경에다 시원한 그늘도 있고······.”
방금 나무에 대해 예찬한 사람이 강 건형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시다. 자타가 공인한 분재 매니아 이시다. 현재는 인터넷에서 모 주부 분재 가꾸기 카페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 어쨌든 짐 풀자. 안 떨어지게 해라.”
“알겠습니다.”
건형이가 장난기 있는 말투로 답했다. 동시에 가족인원 전부 트럭의 뒤쪽에 갔다. 힘이 제일 센 아빠가 무거운 짐들을 들고 가고, 건형이는 조금 무겁거나 중간 정도의 무게의 짐들을 들고 갔다. 엄마는 나머지 가벼운 짐들을 들고 갔다. 건형이와 엄마는 짐을 집안에 내려놓고 돌아가다가 아주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낑낑거리는 아빠를 보고 도와주러 가기도 했다. 때때로 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다 도와주러 오기도 했다.
그렇게 짐을 집으로 옮기는데 10여분이 지났다.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쳐 줬다. 수고했다는 표시이다. 건형이네 가족들은 괜히 머쓱해 진다. 그러면서도 이 마을 사람들의 깊은 정을 감사해 했다. 박수 소리가 곧 멈췄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제 갈길 가거나 건형이네 가족에게 말을본다.
“왜 이런 촌구석에 왔슴니꺼?”
이것이 제일 건형이네가 마을주민한테 제일 많이들은 말이다. 아빠가 간단하게 이유를 설명한다.
“원래 도시에서 소기업에 근무하다가 어디 중소기업에 인수 돼서······.”
“에이구! 딱하다.”
사람들은 동정하거나 위로하려 애쓴다. 하지만
“다행히도, 회장이 인수한 돈 전액을 나누어 직원들에게 형편을 봐서 분배했어요. 자기 몫이 없는 채로요.”
“어머나, 정말!?”
“불행 중 다행이구먼.”
“그 회장 마음씨가 좋구먼.”
“네, 그래서 지금 경제적으로 아직 안전해요.”
참으로 운수 좋았던 가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뭘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자,
“농사로 먹고 살아야죠.”
이렇게 대답했다.
건형이 엄마가 마을사람들과 대화하는 아빠를 불러서 말했다.
“여보, 동사무소에 주거이전신고 해야죠.”
“응, 간다.”
건형이는 자기네 아빠랑 동행했다.
골목 모서리에 자리잡은 동사무소의 모습이 눈에 띄인다. 색깔은 옅은 청록색이다. 문은 수동문이다. 아빠가 신고를 하는 동안, 건형이는 심심해서 동사무소 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구석 의자에 점잖게 않아있는 소녀를 보았다. 감정없는 표정으로 노트북을 만지고 있다. 그가 살짝 다가와서 한번 보니 노트북에는 인터넷 쇼핑몰으로 추정되는 사이트의 창이 띄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주로 사과를 팔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던 그는 머리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순간,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왜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다시 그 소녀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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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이번에는 감히 연재형 소설을 써버렸는데, '이제 어쩌지......'라는 생각을 해 봤자
어쩔 수 없으니, 제 재량껏 쓰겠습니다. (짧게 끝날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