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밝은 밖 때문에 일찍 눈이 떠졌다. 해뜨기 직전 어스름과 뒤엉켜 방안을 가득채운 이 빛. 눈, 눈이구나! 발을 열심히 놀려 현관 미닫이을 힘차게 열었다.
예전같았으면 강아지마냥 서로 뒤엉켜 자는 동생들을 깨웠을것이나 침착하게 내리는 눈은 전과는 다르게 내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내복 차림인탓에 가라앉은 한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집히는 옷가지를 몸에 대강 두르고는 밖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손가락 끝에 눈이 조용조용 내려앉으면 우리 막내동생 바알간 볼에난 솜털처럼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손끝으로 눈을 꾹꾹 눌러보면 우리학교 동백나뭇잎처럼 미끈하고도 뻣뻣한 느낌도 났다. 나는 내가마치 바람이라도 된것처럼 동네를 헤집어 놓으며 동네 위쪽으로 뛰어올라갔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느껴지는 눈이 밟히는 느낌.멈춰버린듯한 공기속을 달리며 볼에 느껴지던 눈의 느낌. 그 기분.
동네의 고요속에서 내리는 눈들이 동네 분위기만큼이나 나긋나긋한 낮은지붕위에 내려앉았다. 마을은 하얀 동산이 되어있었다. 차갑고, 포근하고, 고요하고, 천천히 천천히 울컥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끓어오른 눈물에 달아오른 눈때문에 당황하여 고개를 치켜올렸다.
뜨거운 눈물을 훔치며 집에 돌아와선 조용히 옷가지를 벗어두곤 동생들옆에 가만히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곤 까닭없이 눈물만흘렸다. 딱히 혼날만치 잘못한일도 슬픈일도 없는데 눈물만하염없이났다. 이리저리생각하다 눈에서 시작된 열이 머리까지 올라와있었다. 동생들의 숨소리에 눈이 무거워지는것을 느끼며 눈이 너무 예쁘게 내려서 그래 하고는 몸에 남아있는 눈냄새를 놓칠세라 숨을 크게들이쉬었다. 열은 이제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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