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 궁핍입니다. 첫소설 만큼.. 재밌게 읽어주세요^^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눈이 내리는 것도 아닌 진눈깨비가 길 위에 추적추적 싸이는 날이다.
그때문인지 신발은 젖어 나의 굳은 살 사이로 바늘을 쿡쿡 찌르는 것 마냥 나를 따갑게 만들었다.
앞에는 사람...... 뒤에도 사람....... 옆에도 사람....... 그 사람들은 나를 눈살을 찌푸린채 처다보았다.
안다. 나의 옷은 몇달 째 빨지 못해 꼬지질 해져 썩은 추기 냄새가 나고 머리도 감지 못해 떡져있을 뿐만 아니라 신발은 다 나가 떨어져 이제 겨우 덧신으로 신고 다닌다.
내 주머니엔 돈 만 오천원이 있다. 오늘 겨우 공사장에서 겨우 벽돌을 날라 번 돈이다.
이 돈으로 찌든 몸을 닦을 수 있는 목욕탕을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픈 딸에게 갖고 싶어하던 해바라기 꽃병을 사다 줄 수 있다.
"오늘도 나가야 되?"
수현이가 모기보다 더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수현아 아빠 오늘은 많이 벌고 올께...... 그러니깐 조금만 참어."
"그럼...... 아빠 부탁 하나만 할께."
수현이가 부들부들 떠는 고사리 손으로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해바라기 꽃병 하나만 사주면 안돼? 집에...... 혼자 있으니까...... 그 꽃병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라도 하고싶어......"
나는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눈시울이 괜히 붉으스름 해졌고 나는 수현이를 꼭 껴안았다.
"걱정마 수현아....... 아빠가 오늘 돈 많이 벌어서 수현이 갖고싶어하는 꽃병도 사주고 수현이가 좋아하는 크림빵도 사올께 먹고싶었지?"
수현이는 보조개를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
"아빠...... 고마워...... 나 아빠 많이..... 세상에서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나는 수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나도...... 수현아 아빠 다녀올께."
수현이는 들 힘도 없는 팔을 흔들며 나를 배웅 했다.
"다녀.....오세요."
그 날도 어지간히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이었다.
꽃가게에 들어갔다.
'짤랑. 짤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시에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왔다.
"어서오....... 칫."
나의 겉모습 때문인가 인사를 하다말고 내 몸을 샅샅히 훌터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혼자 궁시렁 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연탄 하나 들어왔네."
귀가 밝은 나는 못들었을리 없다. 나보다 15살 정도 어린 여자가 그런 말을 하니 싸대기를 그년 상판에 갈기고 싶었지만 겉모습이 이런 나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여기 해바라기 꽃병이 있나요?"
그여자는 나의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귓구멍을 후비면서 대답했다.
"저기 3번째 선반 위에서 꺼내 가요."
나는 그 여자가 가리키는 선반에서 하얀 먼지가 뽀얗게 쌓인 해바라기 꽃병을 꺼냈다.
나는 바람을 후 불어서 먼지를 약간 털어냈다.
그 여자가 손으로 냄새난다는 듯 코 앞에서 손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나는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얼마죠?"
그 여자는 다시 눈도 안맞추고.
"7천 500원이요."
나는 그 싸가지 없는 행동에 다시 발끈 했지만 참고 만원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그 여자가 2천원과 500원을 던져 주었다.
나를 개무시 하는 행동이었다.
참을 만큼 참은 나는 그 여자 얼굴에 2천 500원을 던졌다.
"야 이년아 사람을 지금 개로 보는거냐? 남의 상판을 그렇게 엿같이 처다보면 너같으면 기분이 참 좋겠다 응?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냐? 나보다 15살 정도 어려보이는데 어디서 그딴 싸가지없는 행동을 배워왔어 니가준 2천 500원을 더러워서 못받겠다 이 미친년아."
그 여자는 손을 얼굴에 감싼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을 나는 제일 싫어한다.
나는 꽃병을 봉투에 넣은채 수현이와 자주 갔던 빵집으로 갔다.
'끼이이익'
그러자 종업원이 나왔다.
"어서오세요 수현 아빠! 오늘도 크림빵 사러 왔아요?"
종업원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 오늘 수현이에게 크림빵좀 사다 줄려고요."
그러자 종업원은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빵 제조실에서 빵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빵집을 둘러보았다. 피자빵, 마늘빵, 팥빵....... 굶주린 자의 허기를 찌르고 있었다.
20분뒤 종업원이 빵을 가지고 봉투에 담아주며 말했다.
"크림만 먹으면 안돼요. 팥도 같이 먹어야지. 여기 크림이랑 팥이랑 같이 들어간 빵이에요."
나는 너무 고마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수현이꺼 까지 해서 10개 니깐 5000원만 주세요."
다른 사람보다 반값에 받는 것이다.
"괘... 괜찮아요?"
그러자 방실방실 웃으며 종업원이 말했다.
"괜찮아요."
나는 허리 굽혀 인사하며 나왔다.
"고...고맙습니다. 많이 파세요!"
종업원은 손을 흔들며 잘가라고 외쳤다.
나는 한손엔 꽃병 한손엔 빵을 들고 집으로 달려갔다.
'끼이이익.'
"아빠 왔다."
"......"
정적만이 흘렀다.
"수현아?"
"......"
나는 이상해서 수현이가 있는 방으로 갔다.
이불을 덮어 있었다.
나는 수현이 한테 다가갔다.
"아이고 우리 수현이 아빠 놀래킬려고 그랬어?"
하며 나는 이불을 치웠다.
수현이의 몸은 불덩이었다.
수현이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헐떡거렸다.
나는 놀라서 두 손에있는 수현이의 선물을 떨어뜨렸다.
나는 수현이를 안아 헐떡거리는 수현이의 뺨을 쳤다.
"수현아! 일어나! 정신차려!! 수현아! 수현아!!"
수현이는 눈을 바르르 떨며 겨우 눈을 떳다.
"아퍼...아빠.....나... 때리지마..... 꽃병은?.......빵은?"
나는 수현이에게 두 봉투에 담긴 물건을 내밀었다.
빵은 무사했지만 아까 떨어뜨린 꽃병은 깨져있었다.
수현이는 나의 품을 떠나면서 꽃병이 담긴 봉투를 끌어안았다.
"수현아..?"
수현이는 발그래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이 부서진 꽃병을 가지고 엄마있는 곳으로 가면 엄마가 잘 고쳐 주시겠지?"
나는 깜짝놀라 덜덜 떨며 말했다.
"수..수현아.. 무슨말이야?"
수현이는 계속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꽃병을 고치면...... 이곳에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심어서... 보면... 좋아하겠지 아마......"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수현이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빵...... 엄마가 좋아했던 크림빵...... 사실 나 우유만 먹으면 두드러기나서 이 크림빵 못먹어..... 이 크림빵으 보고 있으면 엄마가 옆에 있는 느낌이 들어......"
수현이의 말은 더욱 얇아졌다.
나는 수현이를 끌어 안았다.
"수..수현아......"
수현이는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나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아빠..... 사랑해...... 응? 나..... 아빠 사랑하는 거 알지? 나.... 근데......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 그러니깐 오늘...... 하루만...... 엄마 옆에서 잘께 응?"
수현이의 눈은 점점 감기고 있었다.
나는 어쩔줄 몰라 하면서 수현이를 흔들었다.
"수현아.... ! 수현아!!! 수현아!!!!!!!"
수현이는 나의 품을 떠나면서 꽃병과....... 크림빵....아니 크림팥빵을 가지고...... 내 아내......옆으로 올라갔다.
수현이가 가장 갖고 싶어했던것은...... 다름이 아닌 '엄마'라는 존재였다......
"수현아."
"아빠야."
"아빠도 수현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곧 보러 갈려고......"
"기다려."
"엄마랑 손 꼭 붙잡고 있어."
"다시는 안떨어지게......"
"알겠지?"
"기다려....... 수현아........"
"그리고...... 여보......"
"둘다,........"
"사랑해......."
태양에 그 꽃병을 놓고 심으면 꽃이 필까?
그럴 수 있을까?
필수..... 있을까?
태양의.......꽃을........
the end by 궁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