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제2의 사건
-산책
노라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72번 거리에서 서성거렸다. 해가 머리위에 떴다가 떨어질때까지 노라는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자전거로 계속 돌았다. 저녁 6시쯤 됬을 무렵 순경아내가 72번 거리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노라는 그것을 멀리서 보고 알아챘다. 노라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순경의 아내가 두손가득히 종이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노라는 얼른 숲에다가 자전거를 묶어 놓고 순경의 아내에게 달려갔다. 노라가 인사하자 순경의 아내가 알아보고 싱긋 웃었다. 노라는 그녀에게서 종이가방을 받아들었다. 노라와 순경의 아내가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순경의 아내가 말을 꺼냈다.
"노라, 저번에 우리 남편이 널 쫓아낸 것은 정말 미안해. 우린 그 부인이랑 정말 친하게 지냈었거든. 그래서 좀 아직도 그 쇼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단다."
순경부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노라는 싱긋 웃으면서 "괜찮아요. 그런데 아주머니, 죄송한데요. 혹시 그 사람 얼굴 보지 못했나요?"
"못봤어. 정말이야. 난 다만...
"다만 뭐죠?"
"다만 약간의 죄책감이..."
순경부인은 계속 말꼬리를 길게 끌으면서 말을 잊지 않았다.
노라는 걸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그녀를 보듬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면서 말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순경의 아내는 끝끝내 말을 하지않고 종이가방을 노라에게서 다시 빼앗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노라도 뒤로 돌아 걸어오면서 이마사이에 주름이 생기도록 깊이 생각했다. 분명히 어떤사람이 방금 집 뒤로 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라는 한참후 터벅터벅 걸어서 자전거를 묶어 놓은 곳에 갔다. 그 곳에 놓여있는 것은 바퀴 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노라는 화가 치밀어서 나무를 발로 거세게 찼다.
발에 끔찍한 통증을 느낀 노라는 깡충깡충 뛰더니 한숨을 내쉬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사건
늦은 밤이었다. 경찰본부에서 뚱뚱한 경감은 퇴근하기 위해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경감님, 경감님께 전화왔습니다."
경감은 젠장,하고 욕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쇼?"
그러자 수화기에서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했다.
"경감님? 저, 여기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근무 끝내고 집에 가는 데 들판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얼른 와주십시오."
경감은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 옆에 서있는 사람-노라가 오리아저씨라고 부른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갈겨 쓰더니 얼른 부르라고 했다.
노라가 허둥지둥 달려서 들판에 도착하자 다른사람들도 다 와있었다.
들판 한 가운데에 어떤 아줌마가 엎드려 죽어있었고 그 옆에 검시의가 쪼그리고 앉아 검시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아더 로이드는 깔끔한 양복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멋있는 척을 하고 서서 시체를 관찰하고 있었다. 홀리스는 아더와 검시의 등 이 곳의 배경을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하고 있었다. 노라는 홀리스와 인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시체는 이 곳에서 죽은 것이 아닌게 틀림없었다. 팔을 잡고 질질 끌고 온듯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발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노라는 시체를 끌고 오는 도중에 사라졌다고 생각하면서 그 자국을 따라가 봤다.
그 자국은 순경의 집 현관문에서 시작되었다.
순경의 집에 들어가자 부엌 한가운데에 핏자국이 있었다. 여기서 죽은 것이다. 식탁 위에는 피묻은 촛대가 놓여있었다. 노라는 주머니에서 지문검사용 분가루(노라는 얼마전 생일선물로 아빠에게 받았다.)를 꺼내 촛대에 바르기 시작했다. 바른 후 노라는 그것을 훅 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노라는 실망한 듯이 뒤로 돌아 나왔다.
노라가 다시 시체곁으로 돌아왔을 때는 검시의도 검시를 끝낸 상태였다. 경감은 검시관 닥터 싱글에게 노라를 소개했다. 싱글의사와 노라는 이미 아는 사이였으므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싱글의사는 노라와 인사를 한 후 경감에게 검시결과를 설명했다.
무슨 둔탁한 것으로 머리를 맞아 죽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른 상처는 없었다.
경감이 신호하자 부하들이 다가와 아줌마를 뒤집었다.
얼굴이 드러났다. 진흙이 묻어 매우 더러웠지만 알아볼수는 있었다.
그녀는 순경의 아내였던 것이다. 그 얼굴을 알아보고 노라는 비명을 질렀다. 귀 꼍으로 비명소리가 들렸다.
노라는 시야가 뿌옇게 됨을 느꼈다. 곧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노라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팔을 붙잡는 것을 막연히 느꼈다. 곧 세상이 새까맣게 되었다.
그리고 노라는 정신을 잃었다.
노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 집의 침대 위에 누어있었다. 노라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일어나 보니 노라의 방이었다. 노라가 침대에서 내려왔을 때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왔다. 노라의 엄마는 웃으면서 "일어났니? 좀 더 누워있지 않고.."하고 말했다. 뒤따라온 길슨서장님, 노라의 아빠는 말했다.
"한 5분쯤 전에 네가 기절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래서 아빠가 차로 너를 태워서 데려 왔단다. 노라야,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네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빠는 찬성할 수가 없구나.뉴욕에서 온 그 훌륭하다는 그 경감님도 같은 의견이란다. "
노라는 침대에 풀석 주저앉으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에요.."하고 말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다만 제가 그녀를 제 과오로 인해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라는 침대에 몸을 뉘면서 말했다.
"아까 그분을 만났을 때 느꼈던 이상함을 무시한 제가 바보였어요. 진짜로 바보였어요.." 노라는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눕고는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노라는 부모님이 나가신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더니 곧 잠이 들었다.
-추리
노라는 그 후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계속 생각만 하고 또 하는 것이었다.
그 후 전화나 메일을 통해 노라에게 전해진 정보를 모두 종합해 보면 역시 '미궁'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경찰은 촛대를 발견했고 누가 지문검사를 한 흔적을 봤다. 그리고 역시 지문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은 오로지 순경의 것과 그 아내의 것 뿐이었다.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메일로 보내진 검시결과 서류사본은 전혀 이익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자꾸만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고 명탐정이라는 명성 아래 아더 로이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 때 이 사건을 해결할 탐정께서는 하루종일 자신의 방속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자책만 하고 있었다.
노라의 식구들은 어떻게 해서든 노라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을 했다.
노라의 엄마는 없는 요리솜씨를 발휘해 음식을 만들어 방으로 날랐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빈그릇이 아닌 식어버린 음식그릇이었다. 게다가 노라의 엄마는 자기 딸을 바탕으로 해서 동화를 써서 선사하려 한다고 밝혔지만 노라는 시큰둥했다.
노라의 아빠도 열심히 였다. 지문검사할때 쓰는 장갑, 새 자전거와 그에 걸맞는 열쇠, 그리고 노라가 좋아하는 추리소설과 범죄학 계론등 여러 물건을 노라의 방으로 사다 날랐다. 하지만 노라는 다른 날 같으면 좋아서 날뛰었을 일도 가만히 침대위에 앉아서 자기 머릿속에서만 사는 것이다.
드디어 노라의 엄마가 폭발했다. 노라의 면전에서 소리치면서 야단치더니 얼르기도 하고 막 울기도 하더니 기어이 히스테리를 부리면 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노라는 한숨을 쉬더니 사흘만에 침대에서 일어나 인터넷을 켰다.
메일이 20통이나 와 있었다.
노라는 무엇인가에 이끌려 제일 아래있는 메일을 열었다. 경감이 보낸 것으로서 노라가 기절한 후의 일을 상세히 적어서 보낸 것이었다. 읽어보니 노라가 기절하고 나서 갑자기 경감뒤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던 순경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더니 무릎을 꿇으면서 절규했다는 것이다.
노라는 한숨을 쉬면서 책상위를 뒤적거렸다. 그 위에는 아빠가 사다주신 물건이 가득했다. 노라는 높게 싸인 책더미를 뒤졌다.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기암성, 죽음을 부르는 개, 그리고 그리스 관의 비밀....
노라는 뒤지던 손을 멈췄다.
정확히 5초 정도가 지나고 노라의 얼굴에 구름이 걷쳤다. 노라는 큰 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새로 받은 자전거의 열쇠를 들고 부엌 앞까지 단숨에 뛰어와 나가면서 외쳤다.
"사건은 해결됬어요! 드디어 해결됬어요. 오, 나에게 영감을 준 엘러리 퀸에게 축복이 있을지어니, 엘러리 퀸 만세!"
모자를 쓰고 달려나가는 노라의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뒤쫓았다.
만세!.... 페어플레이 만세... 독자분들도 풀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