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글이 있다.
당사자만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글이다.
가끔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기도 한다.
전차남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전차남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에 글을 올려 도움을 받았는데, 나중에 그 글을 여자가 보고 실망했지만... ...
뭐 어쨌든 마지막에는 해피엔딩.
내 이야기를 적자면
묘한 우연이 있었다.
몇일 전 강의실에 조금 일찍 들어가서 책을 보고 있었다. 야간 강의라서 그런지,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숨는 게 강의실 창문으로 운치 있게 보였다.
강의실도 노을빛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묘하게도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던 중 누군가 빼꼼히 문을 열고 어두운 복도에서 이쪽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결정을 했는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저기...혹시 여기 한국고전문학 강의 맞나요?"
강의실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강의 시작 시간은 아직 3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아, 네., 맞아요."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
"저기 ,,. ... 제가 저번에 강의를 안 들어와서 그러는데요, 혹시 무슨 교재 사야 하는지 아세요?"
"아, 네 ,잠깐만요."
나는 가방에서 강의 계획서를 찾아봤다.
다행히 가방 안에 있었는데, 온갖 책들에 눌려 꾸깃꾸깃 했다.
대충 손으로 몇 번 쭉쭉 펴낸 다음 앞자리 까지 가서 건넸다.
" 아, 고맙습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수줍게 웃었다.
근데 ,,,, 아까부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낯이 많이 익다.
곰곰이 생각했다.
누구지...?
저번학기에 같은 강의 들었던 사람인가??
그냥 길가다가 마주친 사람인가?
그렇게 혼자서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아!!
그녀다!!!
그녀는 내가 방학 2달간 떡볶이 파는 아르바이트 할 때 옆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아르바이트 하던 소녀였다.
아르바이트 할 때 손님이 없을 때는 괜히 가서 말 한번 걸어 보려다가 결국에는 아이스크림만 엄청 먹고, 말은 한번 못 걸어보고 끝난 인연이었다.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 것 보다 같은 대학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는 척을 해볼까?? 말까?? 혼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사이 강의실에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찼다.
교수님도 들어오시고 , 강의가 시작됐다.
교수님은 출석을 부르실 때 학생들 한명씩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과별로 부르시는데,
이 강의에 중문과는 나밖에 없었다.
" 어... ..., 중문과 학생 왔나요?"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 혼자니깐.
"네!"
그 순간... 그녀도 앞자리에서 손을 들었다.
헉
그녀가 뒤돌아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같은 과라니... ...
평소에 과 활동을 안 해서 인지 선배도 후배도 전혀 몰랐다.
강의가 끝났다.
강의 시간에는 최대한 강의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어느덧 강의실 밖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말을 걸어 볼까... ... 그때 옆에서 떡볶이 팔던 사람이 나였다고 말해볼까... ...
혼자서 고민하던 사이 그녀는 이미 복도 저 끝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란 놈은 결국에 또 우유부단하게 ... ... 마무리를 지었다.
뭔가 쓸쓸하게, 내가 걷는 이 길은 늘 외롭게만 느껴진다.
항상 혼자서 걸으며 오고 가니깐... ...
그러다가 무심결에 옆 마트를 슬쩍 봤다,
그녀였다.
마트에서 무언가 구매해서 옆에 벤치에서 먹고 있었다.
나도 마트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었는데도 , 빵이랑 음료를 샀다.
그리고는 그녀 옆에 모른 척 앉았다.
"어!? , 안녕하세요."
나는 최대한 놀란 척 연기했다.
그녀는 진짜 놀랬다. 어떤 식으로 놀랬던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놀라긴 했다.
그때 나는 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
옆에서 같이 일했는데 , 말 한마디도 못 해본 이야기.
같은 과인데도 못 알아본 이야기.
이 것 저 것 .
그녀는 크게 웃었다.
그녀도 묘한 우연을 인정했나보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