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끝이났다.
가족여행도 포기하게 만들어버린 몹쓸놈의 프로젝트...
지겹고 힘들고 지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모든건 끝이 있는 법.
정말 간만에 늘어지게 늦잠자고 햇살에 눈을 떴다.
태풍때문에 날이 흐릴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꽤나 좋은 햇살이 날 반겼다.
조금 덥긴 하지만...
그동안 바빠서 처리하지 못한 집안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빨래, 청소... 오늘은 화장실까지 말끔히 청소해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떨었더니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의자에 앉았다.
'이젠 뭘.. 하지?'
할 일이 없다. 바쁜 일정에 친구들과 연락도 못하고 지냈던터라 프로젝트만 마치면
친구들 만나서 방탕?하게 놀아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연락할만한 사람도 없다. 게임이나 할까? ... 할 줄 아는게 없다.
영화는? ... 최근 개봉작은 쿵푸팬더 이후로 보질 못했지만... 같이 볼 사람도 없고...
집에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서 볼까... 하다가 그건 괜히 억울하단 생각에 접어버렸다.
무작정 집을 나섰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거니는게 얼마만인지... 그 자체로도 실로 감개무량...
항상 해가 떠 있는 시간엔 사무실 구석에 처박혀 컴퓨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으니까...
'사람들 구경이나 하자!'
커피숖에 들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다정한 연인들도 보고 홀로 책을 읽는 사람... 휴대폰이나 넷북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
나처럼 혼자 커피를 마시지만 창밖만 응시하는 사람...
그런 내 모습을 사람들이 인지했더라면 ...'쟤~ 뭐야. 되게 할 일 없나봐.. 왕따아냐?'
라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정신줄을 살짝 놓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저녁시간이 되었는데 혼자 식당에서 밥먹는거 별로 안좋아하기에...
(사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게된것도 아주 최근에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
던킨에 들어가 도넛 몇개 후다닥 집어삼키고 다시 길을 나왔다.
길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파는 아저씨와 부채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마침 보이면 하나 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개가 동시에 눈에 띄어 난 순간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편한건 휴대용 선풍기인데...
큰 망설임 없이 부채를 집어들었다. 그것도 레이스달리고 검정색과 바탕에 붉은 나비로
수 놓아진 정열적인 녀석으로..ㅋㅋㅋㅋ
모든게 자동화되어가는 세상에 내 얼굴에 부는 바람마저 자동이라는게 싫다.
물론 더운 여름 에어컨을 찾는 인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부채를 선택해야
내가 그나마 인간미있는 사람이 되는것만 같았다.
파닥파닥 부채를 흔들며 또 길을 걷다가 무작정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는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넋을 놓고있다 주위를 살피면 난 지금 이 곳이
아닌 어딘가에 있을거란 생각...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을 스스로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렇게 쓰고보니 지금은 살짝 비참하기도 하다는... ㅋㅋㅋ
일부러 최대한 정차하는 곳이 어딘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여자의 음성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휙휙 지나가는 바깥세상을 구경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내려볼까?' ....
내리고보니 신당동!!
오옷!! 신당동? 신당동 하면 떡볶이 아녀?~ 혼자 옛기억을 더듬어 떡촌으로 향했다.
혼자서 2인분을 말끔히 해치웠다. 사실 별로 맛은 없었지만...
혼자 먹는데 맛없이 먹고 있으면 더 처량해보일까봐.. -_- ㅋㅋ
그리고나서 떡볶이집을 나서는데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의 영향인가? 소나기인가? ... 하늘에 구름이 많지는 않았지만 쉽게 그칠 비는 아닌듯 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우산하나와 시원한 청량음료를 사들고 나왔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담개한개피를 물었다. 떡볶이 식후 땡!!~ ㅋㅋ
흩어지는 연기를 보며 오늘 하루를 다시금 돌아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ㅋㅋㅋ
이제 그만 집에가자~ 내일도 출근해야지!!
반바지에 쪼리신고 싸돌아다닌건 직딩되고는 참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
집에가는 길은 시원허니 지하철 에어컨 바람쐬며 가자~ 라는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고...
예상과는 달리 엄청난 사람들 덕분에...아주 피곤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버스타고 조금 멀더라도 우산도 사지않고 비를 맞으며 걸어올걸...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